개인투자자의 주식 매수세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금액을 뜻하는 신용잔액은 최근 감소세로 돌아섰고, 핵심 매수 종목이었던 삼성전자는 이달 매도 우위로 반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 급반등을 이끌던 핵심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개인 신용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11조7701억원을 나타냈다. 신용잔액은 15일 12조59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3일 연속으로 줄었다. 신용잔액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3월 25일 이후 처음이다. 개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금액도 크게 줄어 이달 초부터 19일까지 1조27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2조8954억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코로나19 사태 뒤 한국 증시는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릴 만큼 공격적인 개인 순매수에 힘입어 가파른 회복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3월 19일 저점을 찍은 뒤 최근까지 46.90% 올랐다. 다우존스(39.15%), 유로스톡스50(37.02%), 닛케이225(35.80%), 상하이종합(11.56%) 등 해외 주요 지수에 비해 큰 오름폭이다. 3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21조2745억원)과 기관(-6087억원)이 팔아치운 물량을 개인(20조578억원)이 쓸어 담으며 지수를 밀어올렸다.
외국인과 기관은 아직 국내 증시에서 매수 우위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매수세마저 약해지면 증시의 추가 상승이 어려울 수 있다. 개인은 삼성전자 보유 물량도 이달 들어 274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 매수세가 되살아나려면 2분기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이어진 유동성 랠리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상승이 실적보다 앞서 나갔다는 점”이라며 “이 문제가 해결돼야 추가 상승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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