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항 모습. 출처=부산항만공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출 회복세에도 내수는 부진하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역시 민간소비 위축 등 내수부진을 우려했다.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았다며 내수가 반등으로 수출-내수의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기획재정부의 분석과 상충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들 연구원이 진단한 주된 골자는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지만 내수 부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KDI는 선제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고금리에 내수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KDI "대부분 품목에서 소비 감소...내구재마저 위축"
KDI는 12일 발간한 '경제동향 5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양호한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고 밝혔다. 1분기 전체로 보면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완만한 생산 증가 흐름 속에 수출이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 수출은 13.8% 증가해 7개월째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3월 생산이 다소 조정됐으나 1분기 전체로 보면 반도체 경기 상승에 따른 완만한 생산 증가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 전산업 생산은 작년 동월 대비 0.2% 증가해 직전 달(1.7%)보다 증가세가 소폭 둔화했다.
반도체(30.3%)는 높은 증가세를 보인 반면, 자동차(-9.0%), 금속가공(-10.0%), 전기장비(-22.6%) 등 주요 업종은 일제히 부진했다. 광공업 생산 증가율은 2월 4.6%에서 3월 0.7%로 둔화했다.
KDI는 이처럼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내수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3월 상품소비는 고금리 기조와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승용차와 신발·가방 등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품목에서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작년 같은 달보다 2.7% 감소했다. 의복(-0.9%)과 음식료품(-1.5%)이 줄었고 국내승용차(-11.3%)와 통신기기·컴퓨터(-12.7%) 등 내구재도 위축됐다.
서비스 소비를 나타내는 서비스업 생산은 1년 전보다 1.0% 오르는데 그쳤다. 민간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업(-5.9%)과 숙박·음식점업(-3.7%)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둔화 흐름이 지속돼 3월 건설기성은 연초에 일시적으로 높았던 증가세가 조정되며 전월 0.4% 증가했던 데서 2.1% 감소로 돌아섰다.
3월 설비투자는 작년 동월 대비 4.8% 줄어 전월(-0.9%)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고금리 기조 등으로 인해 설비투자가 여전히 위축돼 있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KDI는 특히 이달호에서 "기조적 물가 흐름을 반영하는 근원물가의 상승률이 점차 하락해 물가안정목표(2.0%)에 근접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4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2.9% 올랐다. 농산물(20.3%)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의 가격 상승세는 계속됐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2.3%를 기록해 전월(2.4%)보다 둔화했다.
다만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은 향후 일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금융硏 "민간소비 증가율 1.7% 전망"...0.3%P 낮춰
한국금융연구원은 12일 '2024 년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1.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2.0%)보다 낮춰 잡은 것이다.
1분기 중 민간 소비가 전기 대비 0.8% 증가하며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소비 여력이 제약되며 민간 소비는 연중 완만한 증가율을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대내외 경제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도 소비 심리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이 각각 3.7%, -2.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11월 전망치(-1.6%)보다 하향 조정됐다.
건설투자의 경우 급격한 금리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역전세 문제, 주택시장 조정 등 요인으로 수주, 허가, 착공 등 주요 선행지표가 2022년중반부터 지속해 악화했다. 연구원은 이러한 선행지표의 부정적 흐름이 올해 실적치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연구원은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는 2.5%로, 지난해 11월 전망한 2.1%에서 0.4%포인트 올려 잡았다.
연구원은 "반도체 위주로 수출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관련 설비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실질 GDP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기재부는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3% 성장한 것으로 발표된 지난달 25일 발표한 참고자료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경로에 선명한 청신호"라며 "내수가 반등하며 수출-내수의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