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정례회의 이후 엔화가 급등락 흐름을 보이자 일본 언론 및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이 다시 한번 시장 개입을 단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통신]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4엔 넘게 급격히 하락해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또 한번 제기됐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달러당 엔화값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며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날 오후 3시(일본시간 2일 오전 4시)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5.25∼5.50%로 유지한다고 발표했을 당시에는 엔·달러 환율이 157엔대에서 형성됐다.
그러다가 한 시간쯤 지난 뒤부터 외환시장에서 엔화 강세 흐름이 나타나더니 엔·달러 환율이 153.0엔까지 떨어졌다. 불과 40분 만에 달러당 4.5엔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닛케이는 급작스러운 환율 흐름에 일본 당국이 직접 시장 개입을 단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2일 새벽 외환시장에서 3조엔(약 26조6000억원) 규모의 엔화 매수·달러화 매도 개입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예상치는 일본은행이 이날 발표한 당좌예금의 증감 상황을 계산해 추계했다.
닛케이는 환율이 급변한 시점이 일본 시간으로 거래가 많지 않은 오전 5시였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시장의 허를 찌른 개입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다고 언급하면서 엔화 약세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돼 온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 시점에 엔·달러 환율이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 개입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거래량이 적은 시간대에 개입하면 효과가 나오기 쉬워서 (일본 당국으로서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말했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내가 말할 게 없다. 노코멘트"라며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환율의 과도한 변동이 일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간과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도 엔·달러 환율이 34년 만에 처음으로 160엔선을 넘은 뒤 4엔 넘게 급락한 바 있다.
일본 당국자는 당시에도 "노 코멘트"라며 시장 개입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일본 언론이나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공표한 당좌예금 잔고를 토대로 당시 일본 당국이 5조5000억엔(약 48조7000억원)을 시장 개입에 사용했을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연준 회의 결과 발표 이후 엔·달러 환율이 또다시 급락한 것에 대해 "불과 3일 만에 다시 일어난 엔화 가치 급등에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한층 높아졌다"고 짚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5∼151엔대이던 2022년 9∼10월에 외환시장에서 총 세 차례 엔화를 매수하는 개입을 한 바 있다.
다만 일본 주요 언론은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더라도 미국과 일본 금리 차가 크게 줄어들기는 힘든 상황이어서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3일에 미국 고용 통계 발표 결과에 따라 다시 엔화 약세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당일(3일) 오후 2시45분 기준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2.9엔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