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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들춘 완성차 공장 민낯, 쇄신 계기될까

입력: 2020- 10- 09- 오전 01:55
코로나19가 들춘 완성차 공장 민낯, 쇄신 계기될까

   
▲ 현대자동차 노사 양측이 지난 6월 23~24일 이틀간 고용안정위원회 품질 세미나를 진행하는 모습.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완성차 업체의 생존법이라는 인식이 국내 업계에 확산됨에 따라 생산 현장의 준수한 근무태도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출처= 현대자동차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경영 위기에 빠진 완성차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논외 대상이었던 ‘노조 조합원 근태 개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 눈길을 끈다. 완성차 업체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생산 사업장 내 근로자들의 직무 윤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초는 낮은 경쟁력의 원인을 모색하는 순간 시작됐다.

8일 진행되고 있는 2020년 국정감사 기간, 결함으로 공식 진행되는 시정조치(리콜)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질타가 나왔다. 이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이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자동차 제작결함신고 등에 관한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2002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접수된 차량결함 건수는 5만9714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10년 가량 기간 접수된 결함 신고 건수가 조사 대상 기간 전체 건수의 82%에 달하는 4만9084건에 달했다. 

해당 기간 경기 성장세와 더불어 내수 자동차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결함을 호소하는 소비자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자동차 시장이 점진적으로 성장해온 반면, 2010년까지 9년 간 2000대를 넘지 않았던 결함신고 건수가 2011년 3804건을 기록한 이후 2017년 최고치인 6411건에 달하는 등 최근까지 급증한 점은 '수상한 일'이다.

실제로 2011년 1월부터 지난 8월까지 9년 7개월 간 리콜이 이뤄진 차량 대수가 975만1472대로 지난 8월 기준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 2400만대의 40%를 넘는다.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품질을 기업 경쟁력의 관건으로 줄곧 강조해온 행보와도 대조되는 현상이다.

다양한 원인이 제공되는 가운데 최근 현대차의 완성차 생산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그간 조기퇴근, 일 몰아주기 등 바람직하지 않은 근무태도를 관행처럼 유지했다는 폭로가 나오기 시작했다. 차량 결함 논란의 책임이 생산직 근로자에 지워지는 분위기가 조성된 이유다.

이미 현대차는 지난달 말 조기 퇴근을 상습적으로 실시한 아산공장 직원 2명에게 정직, 해고 등 중징계를 내린 상태다. 또 등록되지 않은 생산 차량을 출퇴근 때 운행하거나 50명이 각자 할 업무량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묶음 작업’을 몰래 자행했다 들킨 울산공장 근로자들이 징계 받기도 했다. ‘억대 안팎의 연봉을 받는 동안 모바일 기기로 유튜브 영상을 쳐다보며 차를 만든다’는 등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의 내용보다 더욱 불량한 근무실태가 드러났다.

현대차 근로자의 근태 불량 논란은 이달 들어 업계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국내 언론이나 익명 앱 블라인드 등을 통해 생산 현장에서 이뤄진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사례가 사실로 밝혀졌다.

일부 근로자들의 불량한 근무 실태가 속속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는 배경엔, 코로나19 사태로 완성차 업체들이 느끼고 있는 위화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노사 모두 위기를 극복할 방안의 일환으로 완성차 제품의 품질을 확보하는데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도 근태불량으로 사측으로부터 징계받은 사실을 공론화하는 동시에 자정 방안을 마련해 시장에 어필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 노사의 ‘고용안정위원회 품질 세미나’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세미나는 품질개선 활동에 노사가 협력함으로써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려는 취지로 지난 6월 23~24일 이틀 간 열렸으며 당시 하언태 대표이사, 이상수 노조지부장 등 현대차 노사별 고위 인사가 참석할 정도로 비중있는 행사로 진행됐다. 그 연장선에서 현대차 노조는 최근 사측의 일부 조합원 징계 결정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품질 개선에 주도권을 가지려는 의지를 표출하기도 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도 이날 발행한 ‘현자지부신문’을 통해 “그간 사측은 조합원에게 품질향상 노력만 강조하고 징계를 남발함으로써 현장을 자극해왔다”면서도 “이번 합의(2020년 단체교섭)로 구성한 사업부별 품질협의체를 통해 품질 관련 현장투자 규모를 확대하도록 요구하는 등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완성차 품질에 조립 품질이 미치는 영향은 10% 미만으로 설계 품질에 비해 미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립 품질은 설계도에 따라 정확히 만들었는지 여부로 결정되는 품질을 의미하고, 설계 품질은 정확한 설계로 구현되는 품질을 의미한다. 공정에서 충분히 잘 만들고 있는지 여부가 완성차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미미하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근로자의 근태 불량 논란을 잠재우고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공정 상 구현되는 품질이 강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일본에서도 도요타 자동차 사측이 제조업체 중 이례적으로 직원들의 연공서열을 폐지하고 성과에 따란 연봉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는 등, 품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는 중이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영위기 극복 방안으로 노동 분야에 대한 근로 현장 측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어내는 데 코로나19가 어느 정도는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품질이든 생산성이든 (노동 분야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노사의 협력적 행보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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