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그룹 차원의 ESG(환경·사회책임·기업지배구조)위원회’를 신설한다. 그룹 사내외 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ESG 조직을 구성하는 건 금융권에서 처음이다. 눈앞의 수익보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 토대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계열사별 ESG활동 총괄
KB금융은 환경 및 사회적 책임 관련 경영 전략을 총괄하는 ESG위원회를 이사회 내에 신설한다고 9일 발표했다. 신설 위원회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비롯해 사내외 이사 전원(9명)이 참여한다. 이를 위한 이사회 정관 변경 안건을 오는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KB금융 측은 “그동안 금융권의 ESG 활동은 대부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사회공헌 활동에 초점을 맞춰 왔다”며 “환경보호와 지배구조 등의 문제에도 같은 수준의 비중을 두고 선도적인 경영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SG란 기업의 △환경보호(E·environ-ment) △사회적 책임(S·social) △지배구조 투명성(G·governance) 등을 뜻한다. KB금융이 그룹 차원의 위원회를 신설한 것은 계열사별로 추진해온 ESG 경영 현안을 더 밀도 있게 챙겨보자는 취지다.
KB금융은 2014년 윤종규 회장 취임 후 ‘ESG 경영’을 주요 화두로 삼아왔다. 대출과 투자를 승인할 때 ESG 요소를 반영하는 게 대표적이다. KB금융 측은 “불법 행위에 가담하거나 공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는 기업에는 여신과 투자를 제한한다”며 “반대로 수익성이 높지 않더라도 ESG 관련 활동을 하는 경우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온실가스 감축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녹색 금융 상품 출시 △신재생에너지 투자 등도 꾸준히 추진해 왔다는 게 KB금융 측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두 차례에 걸쳐 9억5000만달러 규모의 ESG채권(지속가능채권)도 발행했다. 이 형태의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은 대부분 ESG 분야에 집행된다.
○‘착한 금융’ 화두될 듯
ESG를 중심으로 한 ‘착한 금융’은 지속적인 화두가 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예상이다. 최근 몇 년 새 금융 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 사이에 ESG 투자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일본 공적연금(GPIF) 등 주요 선진국 기관들은 ESG를 투자의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기업 및 전체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지주들도 ESG 관련 활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ESG 활동을 펼치기 위한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하나금융도 최고경영자(CEO) 직속 사회가치경영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우리금융도 지주 전략기획부가 DJSI(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 편입 준비 등 ESG 업무를 주도하고 있다. 각 금융그룹은 지속가능채권 발행 규모도 늘리고 있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금융권의 고객 신뢰가 줄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금융’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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