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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드리워진 '트럼프 리스크'…"금리·수출 영향 불가피"

입력: 2024- 07- 18- 오전 03:09
한국경제에 드리워진 '트럼프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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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Times - [시티타임스=한국일반](세종·서울=뉴스1) 나혜윤 김혜지 기자 =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에도 '트럼프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트럼프 2.0' 시대의 도래는 미국은 물론 한국 경제에까지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트럼프 재집권 시 금리를 비롯해 수출에도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트럼프 2.0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당선 후 휘몰아칠 트럼프발 정책으로 야기되는 변동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시각에서다.

◇달러 강세-금리인하 제약 가능성…"제한적 영향" 반론도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금리 인하에 제약이 걸리고,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관련주 거래)가 지속되며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지금같이 예년 수준을 뛰어넘는 고환율이 계속되고, 금융 불안 가능성을 의식한 한은이 통화정책 전환 속도를 느리게 가져갈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 분석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수입품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2년 뒤 미 소비자물가는 2.5%포인트(p) 높아진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보는 물가 지표(개인소비지출, PCE) 중 수입품 비중은 10.7%에 달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감세로 미국 내 경기가 호조를 띠면 물가 상방 압력은 더욱 증대된다. 연준 입장에서 정책금리 인하가 부담스러운 여건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미 물가 상승률 둔화로 시장은 연준의 9월 금리 인하를 포함해 연속 인하 기대감을 키우고 있으나,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커질수록 9월 이후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바이든보다 트럼프 재집권 시 재정적자가 더욱 크게 확대될 것"이라면서 "미국 내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감세 정책은 미 장기 국내총생산(GDP)을 1.2%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反) 이민 정책 또한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민자가 없을 경우 미국 내 임금 상승률이 약 0.4~0.5%p 더 높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승훈 연구원은 "임금 상승률 확대는 시차를 두고 서비스 물가를 더 경직적으로 만들 수 있고, 연준의 정책경로 변경도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경제 정책 조합은 한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와 미국 간 성장률 격차를 벌려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게 된다. 한은이 통화정책 기조를 빠르게 전환하는 경우 금융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론도 내놓는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영향은 생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이 정치적 또는 현실적인 이유로 완전 이행될 가능성이 낮고,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채권 수급도 연준이 뒷받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재집권 시 감세와 관세 인상으로 금리가 급등한단 주장이 실제화할 가능성은 낮다"며 "관세의 물가 영향은 제한된 데다 채권 수급은 연준이 받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함으로써 과거 백악관 복귀 시 해고하겠다는 허풍(허세)에서 현실론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판단된다"며 "최근 중국에 대한 60% 관세 부과 여부 등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은 점도 공약이 정책으로 현실화되면서 후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조 연구원은 "연준의 연내 2회(9월, 12월) 인하, 한은의 10월 연내 1회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며 "국내 두 번째 인하 시점은 기대보다 늦은 내년 4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무역리스크' 우려…트럼프발 '관세장벽'으로 수출 타격도 커질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질수록 국내 사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관세장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보편 관세를 공약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60% 관세 부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미 재임 시절 자국의 무역 적자를 경제 위협 요인으로 간주하고 상대국을 압박하는 통상 전략을 펼친 바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에 성공하자마자 역대급 대미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을 향해 강화된 무역 제재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166억달러 수준이던 대미 흑자는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 2023년 444억달러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 수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에서 관세 장벽이 높아질 경우에는 수출 타격도 불가피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의 재집권시에는 한국의 총수출액이 53억~241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효과로 미국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한 배터리 산업이 트럼프 집권 가능성에 가장 예민하다.

배터리 산업은 현재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뒤 투자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인 만큼 최악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완전 폐기할 수도 있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과거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산 셰일가스 구매 확대 등을 우리 정부 차원에서 홍보하고 실행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전략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부산항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 News1 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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