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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시장의 '8월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춘 것은 들썩이는 가계부채, 집값만 아니라 선진국 1.6배에 달하는 먹거리 물가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는 8월 태풍, 폭염 등 기상 악화에 따라 식품 물가가 출렁이고 물가 상승 기대 심리가 연쇄 반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14일 한은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는 지난 11일 금통위 기자 간담회에서 "하반기 태풍 등 기상 변화가 농산물 가격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농산물 가격이 올라 물가 둔화세가 느려지면 당연히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전월(2.7%)보다 0.3%포인트(p) 내렸다. 이를 두고 이 총재는 '긍정적 변화'라고 호평하면서도 물가 안정을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성 요인으로 유가·환율 다음 '농산물 가격'을 꼽았다.
여름철 폭염, 폭우 등의 기상 악화는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최근 10년(2014~2023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월간 단위로 평균 내 보면, 10월이 1.99%로 모든 월 중 가장 높게 나타난다. 매해 9~10월 추석 연휴 기간의 수요 증대 파급효과와 함께 7~9월 기상 악화로 인한 농산물 출하 감소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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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최신 전망을 보면 올여름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7월 40% △8월 50% △9월 40%에 달한다.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7~9월 모두 20%에 불과하다.
강수량 또한 예년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게 나타났다. 7~9월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많을 확률은 각각 40%였던 반면 평년보다 낮을 확률은 20%에 그쳤다.
올해 집중호우, 폭염 가능성이 큰 만큼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상 영향을 확인하기 힘든 8월에 기준금리 인하는 무리일 수 있다.
게다가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0%로, 아직 2%대에 안착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체감 물가로 민감하게 인식되는 농산물 가격이 치솟으면 기대인플레 둔화 추세를 방해하게 된다.
한은 조사 결과 일반인은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으로 '농축수산물(57.8%)'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다음으로 공공요금(53.0%), 공업제품(24.8%)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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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물가 상승률이 최근 둔화했음에도 일반인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이미 우리나라의 식료품 가격이 주요국 1.6배에 달할 정도로 높아서다.
한은 물가동향팀 임웅지 차장, 이동재 과장 등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식주 가격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55%로 기타(97%), 공공요금(73%)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특히 식료품 가격이 OECD 평균의 1.56배(작년 기준)에 육박했으며 지난 1990년 1.2배에서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풍·폭염 등 기상 여건의 물가 영향을 확인 가능한 4분기(10~12월) 금리 인하설이 부상 중인 배경이다.
특히 이달 금통위 이후로는 10월이 아닌 11월 인하를 거론하는 분위기도 일각에서 감지된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11월에 맞춰 한은의 첫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전망"이라며 "올해 1회, 내년 2회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8월 또는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확인되고 그 차기 회의에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 국내외 물가 추이, 외환시장 변동성,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주택가격 흐름, 가계부채 증가세 등 복합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