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서울 정동 주한 영국대사관에서는 이례적인 행사가 열렸다.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사진) 출시 행사였다. LG전자 측은 캡슐 패키지를 영국 문톤스와 공동 개발했기 때문에 이곳을 출시 장소로 선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또 있었다. 수제맥주 제조기 신제품이 나왔으니 기자들에게 맥주 맛을 보여줘야 하는데, 현행 주세법상 주류 제조 면허가 없는 회사가 맥주 시음 행사를 여는 것은 ‘불법’이었던 것이다. 영국대사관은 치외법권에 따라 한국 주세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소비자에게 맛을 보여주지 못하고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점이 어렵다”며 아쉬워했다.
현행 주세법에서는 주류 제조 면허를 따려면 5t 이상의 맥주를 제조·발효할 수 있는 설비가 있어야 한다. LG전자는 ‘주류 제조 설비를 갖춘 회사’가 아니라 ‘주류 제조 설비를 만드는 회사’이기 때문에 자격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영업·마케팅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전 매장 옆 호프집에 LG홈브루를 설치하고 소비자가 시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것도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결국 399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을 ‘입소문’만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게 됐다.
LG전자는 주세법이라는 규제 장벽을 넘기 위해 정부에 ‘SOS’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달 초 산업통상자원부에 “LG 홈브루 시음 행사를 임시로 허가해 달라”는 내용의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놀이터 모래밭(sandbox)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것처럼 현행 법령이나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로 지난 1월부터 시행됐다.
LG 홈브루에 대한 심의 결론은 이르면 10월 말 나올 전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주세법에 따라 주류 제조 면허가 없어 시음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개발 단계부터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염두에 뒀다”며 “임시허가를 받으면 시음 행사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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