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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건] 검경 수사권 조정, 내년부터 이렇게 달라진다

입력: 2020- 10- 13- 오전 02:49
© Reuters.  [법과 사건] 검경 수사권 조정, 내년부터 이렇게 달라진다

   

지난 29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이하 형소법) 시행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과 검찰청법 시행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 이는 이른바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으로 일컬어지던 형소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이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래 8개월 만에 이루어진 후속 입법으로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인 ‘검경 수사권 조정’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가게 되었다.

#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기소권’을, 경찰은 ‘사실상의 불기소권’을 갖게 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수사 구조 상 가장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검찰권은 축소되는 반면, 경찰권은 확대된다는 점이다. 현행 형소법 상 사법경찰관리(이하 경찰)은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찰의 지휘를 받으며, 경찰 스스로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여 수사를 개시·진행하는 경우에도 검찰의 지휘가 있다면 이에 따라야 한다(제196조 제1항, 제3항). 또한 경찰이 수사를 마무리한 경우에도 그 사건이 기소할만한 사건인지 기소를 해서는 안 될 사건인지를 불문하고 경찰은 해당 사건의 서류와 증거물을 검찰에 송부하여야 한다(제196조 제4항). 실무에서는 이 같은 절차를 ‘송치’라고 하는데, 경찰은 수사를 마친 후 해당 사건이 기소할만한 사건이면 ‘기소 의견’으로, 기소해서는 안 될 사건이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수 있을 뿐, 일단 사건이 송치된 이후에는 기소할지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전적으로 검찰이 한다. 이 때 검찰은 경찰의 송치 의견에 전혀 구속되지 않아 검찰은 경찰의 송치 의견을 무시하고 기소하고 불기소하는 것이 가능하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수사 구조 상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이렇듯 수직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양상이 달라진다.

   
▲ 서울지방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 12개 관서 대표자들이 9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 강력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우선 경찰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개정 형소법 제245조의 5). 그러나 기소할만한 사건이 아닌, 기소해서는 안 될 사건에 대하여 검찰은 90일 이내에 송치 받은 서류와 증거물을 경찰에게 반환해야 한다. 즉, 검찰은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는 송치 받은 후 90일 이내에 모든 사건 기록과 증거물을 살펴 그것이 적정한 의견인지를 파악해야 하고, 만약 90일을 넘기게 되면 다시 경찰에게 이를 되돌려 주어야 하므로 더 이상 이에 대한 검토를 할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검찰이 90일 이내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을 제대로 검토하면 지금처럼 경찰을 수사 지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검찰의 시간’은 어떤 사건을 기소하였을 때 재판에서 피고인이 무죄판결을 선고받지 않도록 하는 일에만 집중해도 부족한 것이므로,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되어 불기소될 가능성이 농후한 사건까지 면밀히 살피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검찰은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기소할 사건에 좀 더 집중하게 되고,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는 90일 내에 검토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경찰의 ‘불기소 의견’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형소법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어떠한 사건을 기소할지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권은 검찰이 갖는 것이지만, 90일이라는 시간상 제약으로 인해 경찰은 ‘사실상의 불기소권’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경찰이 ‘사실상의 불기소권’을 남용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검찰은 경찰에게 보완수사(개정 형소법 제197조의 2)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경찰이 이에 따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검찰은 해당 경찰의 직무배제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을 뿐 검찰이 해당 사건을 가지고 와 처음부터 수사 할 수는 없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의 기록과 증거물은 90일 이내에 경찰에 돌려주어야 하는데, 그 짧은 시간 내에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이 해당 경찰의 직무배제 또는 징계를 요구했음에도 ‘팔이 안으로 굽는’ 경찰 책임자가 이 같은 검찰의 요구를 묵살한다면, 더 이상 해당 경찰을 통제할 방법은 없다. 이 경우에도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는 것이 위법, 부당하다고 판단되었을 때 경찰에게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이 경우 사건을 재수사하여야 한다(개정 형소법 245조의8). 그러나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에 따르면 검찰은 원칙적으로 1회에 한하여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어 실상 경찰이 재수사 요청을 받고도 무성의한 수사를 한 후 또 다시 ‘불기소 의견’을 내어놓을 경우, 검찰로서는 더 이상 해당 사건의 ‘불기소 의견’이 위법, 부당함을 다툴 방법이 없다.

#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도 제한된다.

현행 검찰청법 상 검찰은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즉 범죄 수사와 관련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제4조). 그러나 개정 검찰청법에서 검찰은 범죄수사와 관련하여 일정 부류의 사건 이외에는 수사를 시작할 권한이 없다(개정 검찰청법 제4조). 가령,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의 경우는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지만, 이외의 사건은 경찰이 먼저 수사를 하고 차후 이를 검찰에 송치한 경우에만 추가적인 수사를 통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는 그 중에서도 4급 이상의 공직자 범죄, 3,000만 원 이상의 뇌물 사건, 5억 원 이상의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 범죄, 5,000만 원 이상의 알선수재·배임수증재·정치자금 범죄 등으로 한정되었다. 그 이외의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등의 경우에는 원칙대로 경찰이 수사를 먼저 개시한 경우에만 비로소 검찰이 이를 송치 받아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 검경 수사권 조정, ‘교각살우’ 되지 않으려면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은 그 동안 일각에서 지적해 온 비대하고 막강한 검찰권을 꺾는 데에는 일단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검찰 권력을 상당 부분 가져 간 경찰이 과연 검찰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가 우선 관건이다. 그 동안 경찰은 수사 역량 자체로는 검찰에 뒤지지 않지만,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논리·판단의 역량은 검찰의 통제를 받아야 할 정도로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물론 그 사이 경찰대학 등을 통한 우수 수사 인력의 양성으로 이러한 문제점은 조금씩 해소되고 있지만, ‘사실상의 불기소권’과 중대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범죄에 대한 ‘1차적인 수사 개시권’을 갖게 된 경찰이 검찰 만큼의 균질한 논리·판단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향후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경찰 조직의 규모는 검찰 조직의 몇 곱절이 될 정도로 비대할 뿐 아니라 모세혈관처럼 전국적으로 퍼져 있어 검찰에 비해 국민과의 접점이 넓다는 점에서 검찰에 비해 부패의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는 점도 우려가 된다. 실제로 지금도 수사 일선에서는 지방 유지가 지역 경찰과 결탁하는 ‘청탁 수사’의 의혹이 짙은 사건들이 적지 않고,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지기 전인 현 시점에도 경찰 출신의 ‘전관’변호사가 검찰 출신의 ‘전관’변호사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궁극적으로 검찰과 경찰은 ‘하나의 팀(One team)’이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이 상호 간의 영역 싸움에 몰두 하느라 범죄 수사라는 본연의 책무를 망각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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