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프랑크푸르트, 4월19일 (로이터) - 독일 노동조합들이 200만명에 달하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을 인플레이션보다 빠른 속도로 인상하는 합의에 도달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독일은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도 있고, 소비자 주도로 경제가 호전될 수도 있다.
지난 17일 늦은 밤 확정된 합의는 독일 경제가 겪고 있는 광범위하고 점진적인 변동의 일부분이다. 독일 경제는 민간 소비가 수출을 제치고 주요 성장 요인으로 자리잡으면서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력이 커졌다.
임금 합의안에 따르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임금은 3.2% 오르고, 이는 지난달 1일까지 소급적용된다. 이어서 내년 4월에는 임금이 3.1% 상승한다. 2020년 3월에도 임금은 1% 추가 상승한다.
올해와 내년 인플레이션이 2% 미만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합의안은 노동자들의 소비 여력이 실질적으로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르디 노동조합의 프랑크 브시르스케 대표는 독일 베를린 근처 포츠담에서 기자들에게 "여러 해 동안 이룬 합의 중 최고의 결과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산업부문 노동자 390만명의 임금을 올해와 내년을 합쳐 약 4% 인상하는 내용의 합의가 이뤄졌다.
독일 고용주들은 사상 최저의 실업률, 다양한 부문에서 발생한 전례없는 숙련 노동력 부족 현상 등이 겹치면서 여러해 동안의 임금 억제를 포기해야 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요어그 크래머 이코노미스트는 "지나치게 낮은 임금으로 합의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이는 특히 독일이 서서히 완전고용 상태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독일 임금 협상을 주시하며 임금상승세가 더 빨라질 조짐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고, ECB가 대규모 부양정책을 정상화할 수 있는 재량이 커진다.
ECB의 완화 정책과 세계경제 호황으로 지난해 유로존 경제는 활기를 보이며 확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임금상승률은 상승 대열에 끼지 못했다.
독일 임금합의는 ECB의 독일 임금 상승에 대한 확신을 강화한다. 오랫동안 기다린 인플레이션 회복의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는 지난 3년 간 공격적인 부양정책 끝에 통화 팽창을 종료하려는 ECB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베렌버그 뱅크의 로리안 헨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독일과 유로존에 좋은 소식이고, 골머리를 앓고 있던 ECB의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개월간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1%를 넘는 수준에서 안정화됐다. 그 덕에 ECB는 점진적으로 부양정책의 수준을 낮춰왔다.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으로 맞추기 위한 조치였다.
ECB는 올해 말 2조5500억유로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내년 중반 8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편집 장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