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8일 (로이터)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급작스러운 화폐 개혁으로 글로벌 다이아몬드 산업도 일시혼란에 빠졌으며, 내년 2월 발렌타인 기간을 포함하는 향후 몇 달 간 이러한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州) 수라트에서 다이아몬드 세공업자들은 보통 하루 10 ~ 12시간을 다이아몬드를 세공하면서 보낸다.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다이아몬드의 80% 가량이 이들의 손을 거친다. 하지만 주로 현금으로만 거래가 이뤄지는 수라트의 다이아몬드 세공산업은 11월 8일 시작된 고액권 화폐 개혁으로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 지역에 소재한 수 천 개의 다이아몬드 거래소들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화폐개혁에 따른 현금부족으로 인한 여파는 수라트를 넘어 훨씬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모디 총리의 화계 개혁은 탈세나 돈세탁을 근절하기 위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구매자들이 공급자에게 납세 기록을 요구하게 됐는데 그러한 기록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드비어스나 캐나다 스토너웨이 다이아몬드(Stornoway Diamond) 등의 다이아몬드 생산업체들은 다이아몬드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저가의 보석에 사용되는 다이아몬드 원석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현금 부족으로 이미 세계 3위 다이아몬드 소비국인 인도에서 다이아몬드 수요는 큰 타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수출될 수 있는 저가의 원석 세공품이 남아돌며 도매업체나 소매상에서 일시적으로 공급과잉이 빚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하지만 인도 세공업체들이 다시 가동을 재개하면 공급과잉 상태가 오래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고급 다이아몬드 시장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보통 1캐럿에 1만4500달러를 호가하는 최고등급 다이아몬드의 경우 세공까지 이스라엘이나 벨기에 등지에서 이뤄지고 인도에서도 대형 세공업체들은 은행 거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77다이아몬즈의 토비아스 코마인드 이사는 "인도 화폐개혁으로 인해 저등급 다이아몬드 가격이 하락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좋은 가격에 저등급 다이아몬드를 매입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에서 통상 장신구 수요는 겨울 웨딩 시즌에 절정에 이른다. 하지만 통산 3분의 2가량의 장신구가 현금으로 구입되는 까닭에 올해에는 장신구 판매가 급감했다.
다이아몬드 산업 관계자들은 인도에서 여전히 현금이 부족한 까닭에 당장 수요가 되살아나기는 힘들 것으로 점쳤다.
인도보석주얼리수출진흥위원회(GJEPC) 프라빈산카르 판디야 대표는 "현금 부족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다이아몬드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며 적어도 향후 6개월 수요가 취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번 화폐 개혁은 유통 단계나 세공 단계의 원석이 충분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GJEPC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4 ~ 11월 인도의 다이아몬드 원석 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30.5% 급증한 반면, 같은 기간 다이아몬드 세공품 수출은 12.2%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수출이 늘고 인도에서도 수요가 되살아 날 것으로 기대하고 원석을 대거 매입했던 인도 세공업체들이 곤란에 처했다고 다이아몬드 트레이더인 다르메시 나바디야는 전했다.
다이아몬드 거래 허브인 홍콩에서는 중국에서 수요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에 3년 전 높은 가격에 다이아몬드를 대거 매입했던 유통업체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홍콩의 한 보석 판매상인 조나단 로바트는 "이미 시장에 공급이 풍부해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 않으며, 특히 저품질 다이아몬드는 과잉상태다"라고 지적했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