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전남 해남군의 한 바닷가. 양식장을 운영하는 서종필 씨(사진)와 함께 작은 배를 탔다. 바람을 뚫고 20분가량 가자 부표가 나타났다. 배를 멈추고 물속에 있는 줄을 끌어 올렸다. 새까만 김이 자라고 있었다. 한 움큼 떼어내 입으로 가져갔다. “이게 진짜 바다맛이구나.”
김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국산 김 수출액은 5억2553만달러로 2010년 1억달러에서 8년 만에 5배 이상으로 늘었다. 해외에선 반찬이 아니라 간식으로 주로 소비되는데 저열량 고영양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은 기후 특성 때문에 한국 중국 일본 3국에서만 나온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생산량과 수출물량이 가장 많다. 일본산은 김밥용, 중국산은 국물용 위주인 데 비해 한국 김은 간식용 스낵으로 가공하기에 적합하다는 차별점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생산량이 급증한 시점은 김 종자 국산화 시기와 맞물린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의 토종 김 종자 연구 프로젝트에 CJ제일제당이 합류한 뒤 2012년부터 국산 김 종자인 해풍1호가 어가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최성필 CJ제일제당 과장은 “일본 종자가 국산 종자로 대체되면서 생산량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김 생산량의 90% 이상이 국산 종자다.
어부들은 9월 말 김 포자를 양식장에 뿌린다. 11월 말 처음 채취한 뒤 이듬해 3월 말까지 수확을 이어간다. 전남 고흥 진도 해남 목포 등 파도가 잔잔한 지역이 주산지다.
김은 3단계로 가공된다. 어민들이 원초를 채취해 마른김 가공업체에 판매하면 이들 업체는 일반적인 큰 사각형 김을 생산한다. 이어 2차 가공업체들이 사각형 김에 다양한 맛을 더해 양반김, 비비고김 등과 같은 브랜드 제품으로 가공한다.
원료를 선별해 1차 가공하는 마른김업체는 김의 품질을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양식장을 안내해준 서씨도 형인 서종태 씨와 함께 마른김업체인 부곡수산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김 품질 관리가 뛰어나 국내 브랜드김 업체들이 앞다퉈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서종태 대표는 마른김 제조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이물질 제거 작업이라고 했다. 3차례에 걸쳐 이물질을 걸러낸 뒤 마른김을 제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은 생물이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중량 등 규격을 일정하게 맞추기 어렵다”며 “오차를 줄이기 위해 일일이 무게를 잰다”고 말했다. 이 과정이 김 맛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2차 가공공장에서 구울 때 1~2g의 오차에 따라 김이 타버리거나 맛이 변한다는 것이다.
김 수출 증가와 함께 어민들 삶도 나아졌을까. 서 대표는 “김 양식장과 가공업체들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양식장 면적에 비해 원초를 과도하게 많이 기르는 ‘밀식’ 문제를 지적했다. 서 대표는 “이렇게 하면 장기적으로 품질이 떨어져 세계 시장에서 외면받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 수출 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태국과 중국 회사들이 현금을 들고 남해안 어촌을 돌아다니며 김 원초를 사가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요. 원재료를 대는 후진국형 수출로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없고 어민과 김업체들의 성장도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 대표는 한국 김도 일본처럼 고급화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기 인증을 받은 원초로 생산한 고급 김을 백화점 등에 납품하기 시작했어요. 국내 김업계 전체가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해남=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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