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는 지난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자마자 ‘금융 대장주’ 자리를 단숨에 꿰찼다.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된 ‘고평가 논란’을 일축한 셈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계속 ‘꽃길’을 걸을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여전히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그동안 ‘노란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분명하다. 앱을 통해 클릭 몇번으로 간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비대면 신용대출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톡 초대와 공유 기능을 통해 모임 회비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 ‘모임통장’, 26주에 걸쳐 납입금액을 조금씩 늘려 적금하는 ‘26주적금’ 등 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상품들을 내놔 인기를 끌었다.
‘카뱅 돌풍’은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총 고객 수는 1615만명이다. 경제활동인구의 57%가 카카오뱅크를 쓰고 있다. 카카오뱅크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지난 3월 기준 1335만명인데 금융 앱 중 단연 1위다. 출범 1년 반만인 2019년 흑자로 전환한데 이어 지난해 1136억원, 올해 1분기 46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에 거품이 끼었다고 보는 측에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카카오뱅크도 결국 은행”이라는 것. 은행업을 누가 잘하는지 진검승부를 할 때 신한·KB 등 전통은행을 이길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가령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 시장 점유율은 7%를 넘어섰지만 기업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은 아직 취급하지 않고 있다.
물론 100% 비대면 주담대, 개인사업자대출, 오토론 등 다양한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근저당권 설정 등 복잡한 등기작업 등이 필요한 주담대를 비대면으로 취급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물론 카카오뱅크가 비대면 주담대 등 분야에서도 혁신을 보여준다면 전통은행들의 위기감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대출 라인업이 다양해지고 대출 규모가 늘어날수록 리스크 관리 능력도 중요해진다. 정부는 지금껏 디지털 금융혁신 등을 이유로 카카오뱅크에 호의적 태도를 보였지만 앞으로 규제 강도가 세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미 카카오뱅크가 고신용자 대상 대출에 주력한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기준 10%대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023년 말 3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당연히 연체 등 부실 리스크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카카오뱅크의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정부의 중저신용자 대출 강조와 가계대출 규제 등 압박 속에 카카오뱅크의 고신용자 대상 마이너스 통장 대출금리가 뛰어 올라 시중은행보다 0.5%포인트 가량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를 단순 은행으로 봐선 안된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 의견이다. KB금융(22조원)과 신한금융(20조원)을 훨씬 웃도는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36조원)이 이를 증명한다. 카카오뱅크는 증권신고서에서 미국의 소매여신 플랫폼 로켓컴퍼니, 브라질의 핀테크 기업 파그세구로, 러시아 디지털 뱅크 틴코프의 최대주주인 TCS홀딩스, 스웨덴의 디지털 금융 플랫폼 노르드넷 등을 비교대상으로 제시했다.
단순한 은행을 넘어 종합 금융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20개가 넘는 증권사, 신용카드사, 2금융사 등이 카카오뱅크에 입점해 있으며 카카오뱅크는 이들 회사의 상품을 소개하며 수수료 수익을 거두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의 실리콘밸리·한국 신산업 관련 뉴스레터 한경 엣지(EDGE)를 만나보세요!
▶무료 구독하기 hankyung.com/newsletter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카뱅, 상반기 순이익 1159억…반년만에 작년 한해치 벌었다
전통 금융기업보다 '몸값' 높아진 핀테크
리멤버 통해 '채용 제안' 100만 건 돌파
박형준 부산시장, 금양과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 찾아 혁신성장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