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블록체인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기업 대표는 금융권에서 여전히 차별을 받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은행에서 업종에 블록체인·암호화폐 등이 포함된 기업에 법인계좌를 내주지 않는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정보기술(IT) 등으로 업종을 변경해 계좌를 만든다. 이 시각은 법인 뿐 아니라 직원에게까지 전이된다. 그는 최근 신입 직원이 개인계좌를 개설할 때 회사명을 적자 은행 직원이 “가상자산 사업하는 데 아닙니까”라고 물으며 불편한 반응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업계에 뛰어든 유망한 인재들이 이런 현실에 위축될까 우려돼 사명 변경까지 검토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토큰 증권 제도화나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 논의 등이 활발하지만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그림자 규제는 여전하다.
암호화폐공개(ICO) 금지나 기업의 암호화폐 법인 계좌 개설 금지 같은 불문율은 대표적 사례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 시행된 이후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거래소는 고팍스가 유일하단 점도 그렇다. 표면적으로 은행과 거래소 간 사적 계약이지만, 중소 거래소들은 당국이 사실상 은행을 단속한다고 보고 있다. 불명확한 기준으로 산업을 옥죄는 건 중소벤처기업부도 마찬가지다. 중기부는 2018년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기업에서 뺐다.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으로는 유흥 주점업과 사행시설 관리업 등이 있다. 중기부는 적어도 ‘벤처기업’이라는 틀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유흥주점 같은 취급을 하는 셈이다.
미국에서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입성하고, 국내에서는 업비트나 빗썸 같은 유니콘 기업이 등장했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는 500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가상자산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가상자산의 잠재적 이익을 활용하는 동시에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접근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그림자 규제를 타파하고, 명확한 법안을 마련해 블록체인 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품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