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수개월째 2만달러 안팎을 오가고 있다. 손실을 크게 본 개인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외면하면서 연초 대비 현물 거래량은 반토막 났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현상’ 탓에 투자자금 유입이 줄어든 지 오래다. 하지만 이달 들어 비트코인 선물시장이 다시 달아오르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롱’과 ‘숏’에 베팅한 전문투자자들 간 투기장에 일반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만달러 횡보한다지만…Fed가 변수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4만달러 선을 지키던 비트코인은 5월 9일 루나 사태가 터지면서 3주 만에 2만달러까지 내려앉았다. 6월 19일 이후로 줄곧 2만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8월 이더리움 ‘머지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감으로 암호화폐 시장 전반이 호조를 보이는 와중에도 2만4433달러까지 반등하는 데 그쳤다.
비트코인이 횡보를 이어 나가자 최근 들어 금과의 동조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와 주목받았다. 암호화폐 마켓 데이터 플랫폼 카이코(KAIKO)는 비트코인과 금 가격의 상관관계 지수가 0.3을 기록해 최근 1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 선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경기 불확실성 시대에 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모양새다. 우선 Fed의 금리인상 기조가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매월 8%를 웃도는 데다 예상치마저 넘어서고 있다. Fed는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출 때까지 금리인상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금리인상의 종료 시점이다. 금리인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야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현상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일 비트코인은 2만달러가 잠시 무너졌다. Fed 인사들이 잇달아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의사를 내비치면서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고 있다는 증거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에는 반대로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며 금리인상이 연말로 끝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제기되자 비트코인이 1만9000달러에서 2만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시장이 Fed에 따라 흔들리는 가운데 선물 거래가 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상자산 리서치 회사인 아캐인의 베틀 룬데 분석가는 “2만달러에서 오가는 동안 선물 거래량이 늘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에 상당히 취약해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더블록 리서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바이낸스, 바이비트 등 주요 거래소 내 비트코인(BTC) 선물 거래량이 1조5000억달러를 기록해 한 달 만에 1조달러를 회복했다.
◆“적어도 15% 내린다”Fed가 금리인상 기조를 바꿀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 증시와 함께 암호화폐도 동반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켄터링 클락 암호화폐 투자전략가는 “S&P500지수가 3200~3400까지 하락하면 비트코인도 1만2000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암호화폐 회의론자인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의 반등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기관들은 이미 비트코인을 ‘스캠’으로 규정하고 매수하지 않는다. 곧 5000달러로 내려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싱가포르 암호화폐 운용사인 스택펀드의 매슈 딥 최고운영책임자는 “추가 하락이 분명해 보이지만 15~2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2018년과는 달리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이 생기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변동성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장기투자자들이 보유 물량을 투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바닥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마커스 틸렌 메이트릭스포트 전략 헤드는 “장기투자자들이 보유 물량을 넘기지 않고 있어 단기투자자들의 이탈이 큰 폭의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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