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지난달 26일 3000만명 가량이 이용하는 전 세계 1위 코인거래소 '바이낸스', 같은달 30일 세계 2위 규모의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FTX'와 잇따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14일엔 세계적인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 후오비글로벌 및 후오비코리아와도 손을 잡았다.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설립하기 위한 그야말로 광폭 행보다. 바이낸스는 기술과 인프라를 지원하고 FTX와 후오비 역시 관련 지원에 나선다.
부산시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다. 부산시는 2019년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선정,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줄곧 추진했지만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등 변수에다 당국의 미온적 태도까지 겹치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해당 거래소들이 영업을 시작하면 부산시의 세수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적극적인 해외 거래소 유치는 국내 거래소와의 형평성 문제를 낳는다. 바이낸스와 FTX는 과거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등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금융당국의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국내 영업을 포기했었다. 국내에서 사업자 승인도 받지 않은 해외 거래소들이 블록체인 특구를 활용해 들어온다면 어렵게 신고 요건을 충족한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특혜성 거대 해외 자본의 유입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읽힌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자체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자본의 국내시장 점유로 인한 국부유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상자산거래소 코어닥스 리서치센터는 지난 13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국내 미신고 해외 대형 거래소와 지방 정부의 협력은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육성을 저해하고 대외 의존도를 심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역시 "바이낸스, FTX처럼 유동성이 풍부한 업체들이 들어온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