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전문 기자인 필자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의 총괄 프로듀서의 여러 발언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당시 그가 던진 화두 ‘버추얼 네이션(Virtual Nation·가상국가)’이 흥미로운 통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전통적 개념의 국가와는 다른 가상국가가 급부상하고 있다”라며 “한류 열풍을 이끈 SM이 가상국가 중심에 설 수 있으며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최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SM 콘텐츠를 시청하는 세계 각지 팬들이 SM 타운, 즉, SM 국가의 시민이요, 국민이라는 것이다.
이수만의 통찰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유튜브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 중요성을 간파한 것이었다. 나아가 버추얼 네이션은 글로벌 K팝 신화를 향한 출사표이기도 했다. 가상 세계에서 SM 타운의 영향력 덕분에 2012년 SM의 걸 그룹 ‘소녀시대’는 미국 진출한 첫날, ABC 방송에 출현할 수 있었다. 수년간의 정지 작업과 현지 기획사와의 협력을 통해 일본에 입성한 ‘보아’와는 달리 소녀시대는 손쉽게 미국 엔터테인먼트 심장부로 직행했다.
SM은 또 2008년부터 ‘SM TOWN LIVE’ 투어를 시작했다. 가상 세계의 SM 팬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와 SM TOWN LIVE를 즐겼다. SM 소속 가수들이 프랑스 파리에 입성, 팬덤을 과시하고 아시아 가수 최초로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했다. 해외 가수로는 최초로 중국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공연하는 기록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