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암호화폐 투자업체인 그레이스케일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현물 ETF 승인을 해줄 것을 재차 촉구했다. 그레이스케일이 SEC의 암호화폐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5일 크레이그 살람 그레이스케일 법무 담당은 트위터를 통해 "자사 법무팀이 SEC가 비트코인 ETF에 대해 취하고 있는 방침이 '독단적이고 불공평한 차별'이라고 지적한 서한을 SEC에 추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진 = 크레이그 살람 / 트위터
현재 암호화폐 업계는 SEC의 비트코인 ETF 대응을 두고 논란이 커진 상태다. 발단은 SEC가 지난 6일 ETF 전문 운용사인 테크리움의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한 것이다. 해당 ETF는 기존 비트코인 선물 ETF가 '1940년 투자회사법(Investment Company Act of 1940)'에 근거해 결정된 것과 달리 '1934년 증권거래법(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을 근거로 삼았다.
1940년 투자회사법은 뮤추얼펀드 및 전문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법으로, SEC는 그동안 이 법을 근거로 비트코인 선물를 승인해왔다. 이에 반해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1934년 증권거래법을 주로 적용했고, 투자자 보호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모든 비트코인 현물 ETF를 반려했다.
크레이그 살람은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SEC는 그동안 1934년 증권거래법을 근거로 모든 비트코인 현물 ETF를 반려해왔다"라며 "SEC는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두 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사실상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살람은 "1940년 투자회사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정이 들어가 있지만, 정작 이는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절하는데 적용했던 '비트코인 시장 조작 가능성'을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트코인 선물 시장이 현물 시장을 기준으로 가격이 책정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선물 시장과 현물 시장이 사실상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SEC도 이점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살람은 "테크리움 ETF가 승인됨에 따라 SEC는 더이상 1940년 투자회사법을 현물 ETF와 선물 ETF를 차별하는 근거로 삼을 수 없다"라며 "SEC 스스로 비트코인 시장에서 잠재적 시장 조작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SEC가 자사가 주력 펀드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 펀드(GBTC)' ETF 전환을 거절하는 것은 '독단적이고 불공평한 차별'이며, 증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그레이스케일은 GBTC를 비트코인 현물 ETF로 전환하겠다고 SEC에 신청한 상태다. SEC는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암호화폐 업계는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지난 2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는 건 아직 먼 얘기"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만큼 GBTC의 통과 여부에 대해서 부정적인 전망을 제기해왔다.
이 같은 비관론에 그레이스케일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이클 소넨샤인 그레이스케일 CEO는 인터뷰를 통해 "자사는 GBTC 전환이 결국 승인될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문제는 언제 승인되냐는 것이며, 만약 SEC가 이를 반려할 경우 소송을 포함해 모든 대응 방법을 염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레이스케일은 GBTC 전환을 위한 공개 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레이스케일은 자사 홈페이지에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GBTC 전환을 지지할 것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올렸다. 입장문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GBTC 전환과 관련된 의견을 SEC에 보내는 행동에 나설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레이스케일은 GBTC 전환이 완료되면 GBTC가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될 것이며, 비트코인 가격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SEC는 프로쉐어스의 첫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한 이래 대부분의 비트코인 선물 ETF를 연이어 승인했다. 이에 암호화폐 업계는 GBTC 전환 성공 여부가 비트코인 현물 ETF 추가 승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그레이스케일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조디 건즈버그 코인데스크 인덱스 상무이사는 "선물 ETF를 승인하면서 현물 ETF를 승인하는 것은 모순된 형태"라며 "미래 가격(선물)이 인정된다면, 현재 가격(현물) 역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