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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취임 일성으로 '첨단기술 지원 강조…암호화폐 공약 재조명=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 "첨단기술 혁신을 대대적으로 지원해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고, 초저성장의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를 다시 성장궤도에 올려 놓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일성으로 첨단기술 지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그가 선거 운동 기간 중에 약속한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 육성 방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윤 당선인은 암호화폐 육성 방안에서 대체불가능한토큰(NFT)와 메타버스 지원을 강조했다.현행법상 사행성으로 분류돼 국내 출시가 막혀있는 P2E 게임을 허용하고, 메타버스 관련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P2E 게임과 메타버스업계가 윤 정부의 출범을 반기는 이유다.
◇ P2E 게임 국내 출시 금지…글로벌 경쟁 뒤쳐질 우려=최근 국내 P2E 게임업계는 신규 게임과 메타버스 플랫폼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7일 P2E 게임 지원을 위한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 마브렉스(MBX) 백서를 공개했다. 마브렉스 생태계에선 넷마블 게임별 전용 토큰을 발행하고 이 토큰들을 기축통화 MBX로 교환할 수 있는 P2E 토큰 이코노미가 만들어진다. ‘A3: STILL ALIVE’ 등의 게임이 마브렉스 생태계에 합류해 P2E 게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보다 앞서 컴투스 그룹도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C2X 출시를 예고했다. C2X를 기반으로 컴투스는 메타버스, 지주회사인 컴투스홀딩스는 P2E 게임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세웠다. 컴투스홀딩스는 이달 말 ‘크로메틱소울: AFK 레이드’ 출시를 시작으로 연내 P2E 게임 9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컴투스는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메트릭스 랩스’ 시드 투자 라운드에 참여해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게임 업체들은 국내에서 P2E 게임을 출시할 수가 없다.현행 게임산업진흥법(게임법)에 따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P2E 게임을 사행성으로 분류하고 있어서다.몰론 국내 게임사 스카이피플이 게임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규제가 바뀔 수도 있지만 재판 결과가 언제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재판이 속도를 내려면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의 가상자산 여부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국의 판단이 늦어지면서 게임 업계에선 국내 게임 산업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전세계적으로 P2E 게임과 메타버스 출시 전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은 P2E 게임을 제작해놓고도 출시를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위메이드와 같이 국내 출시를 포기하고 일단 글로벌 출시부터 시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모호한 규제, 편법·불법만 양산…개선 시급=최근엔 P2E 게임 규제망에 허점까지 뚫리면서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P2E 게임 애플리케이션의 앱 스토어 등록을 위해 필요한 게임물 등급 부과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P2E 게임 출시를 막고 있는데 이때 웹 서비스로만 출시하는 ‘꼼수’를 부려 쉽게 규제망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 중소 블록체인 기업의 경우 국내에서 버젓이 P2E 게임들을 서비스하고 있다. 모두 가위바위보 등 단순한 방식으로 플레이 하는 도박성 게임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웹으로 출시하는 경우 등급심사를 안 받아도 된다. 게임위 등급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서버를 해외에 두는 경우 단속을 피하기 더욱 쉽다”고 말했다. 모호한 규제가 업체들에게 오히려 불법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게임위 관계자는 “게임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하거나 한국 계좌가 연결될 경우 국내 서비스 중이라고 분간하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렇게 적발된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사이트 차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웹 서비스하는 P2E 게임 업체들은 대부분 글로벌 출시를 위해 웹으로 출시했다는 해명을 내놓는다”며 “명확한 기준이 없어 한국어 서비스를 하지 않고 카이카스 등 개인 지갑을 사용하는 방식이라면 적발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의 경우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일단 메타버스가 게임물인지 여부를 가르는 것부터 쉽지 않다. 현재 규제 당국은 메타버스의 게임물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지만 만일 게임물로 분류가 된다면 메타버스도 게임위의 등급분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디센트럴랜드와 더 샌드박스 등 주요 메타버스 플랫폼의 경우 별도의 앱이 없이 웹 서비스로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 경우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P2E 게임 토큰을 이용한 경제 활동이 이뤄지더라도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모순이 발생한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한 유명 메타버스 플랫폼 관게자는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 위에서의 P2E 게임 서비스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한국 이용자 수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한 게임 전문 변호사는 “만약 메타버스 플랫폼이 게임물의 성격을 가져서 메타버스에서 사용되는 토큰이 게임물에 따른 결과물로 판단되는 경우 게임법에 저촉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간혹 로블록스와 같이 애매한 경우도 있어서 메타버스를 더 넓고 별개의 개념으로 보고 개별적으로 이용 행태와 제공 목적 등 구체적인 사정도 판단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친(親)암호화폐 공약 尹, 불합리한 규제 개선 기대감 커=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P2E게임과 메타버스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지금처럼 모호한 규제로는 업계의 혼란만 더욱 가중시키고 글로벌 경쟁력만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고려했을 때 신사업 육성에 보다 열린 접근을 할 것으로 보여 사업에 대한 규제가 줄어들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재명 대선후보와 마찬가지로 윤 후보도 블록체인 규제 완화를 얘기해오고 암호화폐를 인정하는 입장이라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게임 업계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후보시절의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이전 정부는 워낙 하지 말라는 주의였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아직 보여준 것이 없는 상황이라 이제부터 지켜봐야 한다”며 “국내 게임사들이 P2E 게임에 전력을 쏟고 있는 만큼 공약대로만 되면 너무 좋지만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은 아니였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