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최근 빅컷(한 번에 기준금리 50bp 인하, 0.5%포인트)을 단행한 이후로 반등한 비트코인(Bitcoin, BTC) 상승분을 소폭 반납한 이후 6만4000달러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6만3900달러 저항선을 안정적으로 돌파하면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6만2500달러선을 하회할 경우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5일 오전 10시 8분 기준 현재 업비트 원화 마켓에서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0.06% 오른 8528만4000원(바이낸스 USDT 마켓 기준 6만416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김치 프리미엄(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의 가격 차이)은 최근 감소세를 보이며 0.07%를 기록하고 있다.
美 금리 ‘빅컷’에 글로벌 증시 반색…“이번 주 PCE 등 발표에 변동성 심화할 수도”
미 Fed는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4년 반 만에 내리면서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Fed는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종전 5.1%에서 4.4%로 낮추면서 연내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을 시사했다. 글로벌 증시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환희에 반색했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돈이 몰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위험자산인 비트코인과 증시는 상승한다.글로벌 금융 시장은 이번주 변동성이 또 다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롯한 Fed 위원들의 줄줄이 공개발언이 예정돼 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Fed 내에서 이견이 상당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만큼 시장은 이들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시장 참여자들은 오는 27일 발표되는 미국의 8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근원 PCE는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지수로 Fed가 기준금리 결정 등 정책 고려에 앞서 참고하는 주요 지표로 꼽힌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지난 23일 “이번 주 발표되는 PCE, 생산자물가지수(PMI) 등 지표는 Fed의 최근 금리 인하가 실제 경제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이었는지, 혹은 (단지) 경기침체 우려를 덜고자 한 행동이었는지 알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이번 주 Fed 위원들의 공개 발언이 여럿 예정돼 있다. Fed는 금리 인하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경제 지표와 여러 인사들 발언을 통해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방어적 조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증시에 악재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FOMC 정례회의는 오는 11월과 12월 두 차례 남아 있는 가운데 금리인하의 속도와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오전 10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오는 11월 FOMC 회의에서 Fed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100%로 예상하고 있다. 페드워치는 Fed가 금리를 0.25%p 인하할 확률을 38.8%, 0.5%p 인하할 확률 61.2%로 점치고 있다.
“비트코인 최근 반등은 선물 시장 영향…단기 변동성 심화 주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지난주 자금 순유입을 기록했다. 지난 24일 글로벌 증시·가상자산 투자회사 파사이드 인베스터스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11개는 지난주 6578.89 BTC(약 3억9710만달러)가 순유입됐다.가상자산 운용사 코인셰어즈는 지난 23일 “(비트코인 ETF 등) 디지털 자산 투자상품에는 2주 연속으로 자금이 순유입됐다”면서 “이는 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의해 주도됐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블랙록의 비트코인 옵션 상품 출시 승인 소식,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 중인 기업 마이크로스트래지의 비트코인 7420개 추가매수 소식도 투심을 개선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비트코인의 상승은 현물 시장이 아닌 선물 시장의 영향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는 지난 24일 연구 보고서를 통해 “지난주 (빅컷 이후) 비트코인의 늘어난 미결제 약정(OI) 규모가 가격 상승폭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면서 “이는 지난주 비트코인의 상승폭 대부분은 현물 시장이 아니라 선물 시장에서 발생했음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상승세는 레버리지 계약에 토대를 두고 있어 향후 변동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결제 약정이란 파생상품 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청산하지 않은 포지션의 계약 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미결제 약정이 많을수록 코인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함께 비트코인은 수요와 공급 모두 감소세를 보이는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글래스노드는 최근 연구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은 지난 6개월 동안 자금의 유입과 유출이 크지 않다”면서 “비트코인 수요는 둔화했고 (주요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물량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실현 시가총액도 지난 2개월 동안 큰 변동이 없었다”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의 실현 시가총액은 사토시 나카모토, 거래가 없는 고래 투자자, 잃어버린 코인, 장기 투자자 등을 제외한 활동적인 자금의 규모를 의미한다.
보고서는 이어 “최근 (테더 등) 스테이블코인의 공급량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수요에 대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라며 “비트코인은 지난 6개월 동안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큰 변동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2일 테더(USDT)는 시가총액이 1191억달러(약 159조원)를 돌파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통상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량과 보유량 증가는 시장에 매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강세 신호로 여겨진다. 반대의 경우 가상자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트코인, 6만3900달러 중기적 저항 돌파 못하면 약세 전환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6만3900달러 부근의 저항선을 돌파하지 못할 경우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온체인 분석가들은 최근 ‘큰 손’ 고래 투자자들로부터 신규 자금이 다소 유입되고 있으며 기존 고래 투자자들은 홀딩 심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최근 반등한 비트코인은 단기 고점을 찍고 단기적인 조정을 받고 있다. 아유시 진달 뉴스비티씨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6만4800달러 저항선 부근을 시험했고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라며 “비트코인이 6만3800달러~6만4200달러 사이의 핵심 저항을 돌파하면 더욱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6만2450달러 지지선을 하회하면 하방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6만3900달러선은 투자자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알렉스 쿠프치케비치 에프엑스프로 시장분석가는 “최근 비트코인은 지난달 고점(6만5650달러) 부근에서 매도세가 심화했고 이후 주식 시장보다 더 조심스럽게 상승하고 있다”면서도 “비트코인은 6만3894달러의 심리적 저항선을 돌파하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분석가는 “비트코인이 해당 저항을 돌파할 경우 6만6000달러까지 추가 상승의 길이 열릴 수 있다. 6만8000달러마저 돌파하면 중기적인 하락 추세가 반전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비트코인이 현 시세보다 3% 이상 더 오르면 지난 3월 이후 이어진 중기적인 약세 추세를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편 비트코인은 당분간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케시 우파드예히 코인텔레그래프 연구원은 “단기 투자자들은 6만4000달러선 근처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있고 이같은 움직임에 비트코인 시세는 일시적으로 6만3000달러를 하회했다”면서 “비트코인은 6만5000달러 저항선을 돌파하기 전 (박스권을 형성하면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우파드예히는 “비트코인이 6만2663달러의 지지선을 깨고 내려올 경우 6만1200달러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비트코인이 해당 지지선마저 이탈할 경우 5만9000달러, 5만7500달러까지 차례로 하락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강민승 블루밍비트 기자 minriver@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