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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를 앞둔 홍콩 증권사 빅토리증권의 케닉스 로우 전무이사는 디센터와 만나 “가상자산 ETF는 전통적인 ETF 시장과 비교해 추가로 고려할 참여자가 많다”며 “ETF 출시를 위해 전통 금융사와 가상자산 기업들이 수년간 대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지 가상자산거래소 OSL의 웨인 황 ETF 프로젝트 리드도 “규제 당국에 가상자산을 설명하는 과정도 오래 걸렸다”며 “특히 ETF 현물 상환 방식 도입은 업계부터 당국까지 생태계 전반에 걸쳐 기술적·제도적으로 심도 있는 협업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홍콩 가상자산 현물 ETF는 올 초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와 달리 비트코인·이더리움 실물로 ETF를 매수·상환할 수 있는 현물 상환 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 운용 수수료와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수탁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수탁은 제3의 전문 업체가 ETF 운용사를 대신해 가상자산을 보관·관리해주는 서비스다. ETF 운용사와 기초자산을 분리함으로써 유용·해킹 리스크를 줄여준다. 해시키캐피털과 가상자산 현물 ETF를 함께 출시한 보세라자산운용의 경우 현금은 은행과 같은 전통 수탁사에, 가상자산은 해시키의 수탁 서비스에 보관하고 있다.
이들은 가상자산 보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로우 전무이사는 “해킹 등으로부터 투자자 피해를 막으려면 보험이 핵심”이라며 “홍콩 거래소·수탁사는 가상자산 보험에 반드시 가입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홍콩은 가상자산사업자가 보유한 이용자 자산의 98%를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 해킹하기 어려운 가상자산 지갑)에 보관해야 한다. 자산이 유출되거나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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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증시에 상장된 가상자산 현물 ETF 6개는 지난달 30일 첫 거래일에 1470만 달러(약 198억 원)가 순유입됐다. 미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첫 거래일 순유입액(6억 달러·약 8075억 원)과 비교하면 훨씬 작지만 양국 ETF 시장 규모의 격차를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의 관심이 쏟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지에서 만난 금융계 관계자들은 “아직은 기관투자가·개인투자자가 가상자산 현물 ETF 시장에 많이 진입하지 않았지만 연금 상품을 통한 가상자산 현물 ETF 투자도 당국에서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증시가 닫힌 시간대에 홍콩 가상자산 현물 ETF를 거래하려는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의 진입도 예상된다. 현재는 중국 본토 투자자들의 홍콩 가상자산 현물 ETF 투자가 금지돼 있지만 수년 내로 중국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이처럼 홍콩은 가상자산 현물 ETF 덕분에 가상자산 수탁, 보험, 지갑 등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홍콩은 최근 수년간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의 입지 약화를 우려하며 2022년 가상자산 시장의 중심지가 되겠다고 발표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모색해왔다. 반면 국내 전통 금융 및 가상자산 업계는 미국·홍콩의 행보를 지켜볼 뿐 손발이 묶인 상태다. 가상자산 현물 ETF 발행뿐만 아니라 거래마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논의도 진척이 없다. 국내 규제 변화에 대비해 가상자산 관련 펀드를 준비 중인 한 금융사 대표는 “해외에서 이미 거래되는 가상자산 상품들을 한국만 계속 부정할 수는 없다”며 “늦어도 2~3년 후에는 제도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로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한 가지에 집중하느라 다른 것을 보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가상자산의 리스크에만 초점을 맞춰 전 세계적인 시장 선점 경쟁에서 뒤처지는 국내의 현실을 비유한 표현이기도 합니다. 서울경제신문 디센터는 29~31일 ‘비트코인서울 2024’ 개최에 앞서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허브의 기회를 노리는 동남아시아 주요국 정부·기업들을 찾았습니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의 잠재력과 미래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비트코인서울 2024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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