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확보되면 중금리 대출 더 수월해질 것."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정부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 규제 완화 의지에 화색을 띠고 있다. 규제 완화로 성장에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와 함께 중금리 대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짙어졌다. 은행 역시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8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장 초반 12만4500원까지 치솟았다. 전날 5.73% 상승 마감한 데 이어 강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정보기술(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를 국회에 입법 주문했다.
이어 여야는 이날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국회에는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4%에서 34% 또는 50%로 확대하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인터넷전문은행업계는 환영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케이뱅크 측은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증자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질 수 있다"며 "자금 확충 여력을 높이면 새 사업에 대한 도전,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실시한 1000억원 규모의 1차 유상증자는 성공했지만, 올해 5월 추진했던 1500억원 규모의 2차 유상증자는 300억원을 모으는 것에 그쳤다. 케이뱅크의 실질적 대주주인 KT(지분 10%)가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추가 지분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도 기대감을 전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제3, 제4 인터넷은행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지지 않겠냐"며 "서로 경쟁하면 시장이 보다 발전할 수 있고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취지인 메기효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성장은 물론이고, 정부가 독려 중인 중금리 대출 사업도 지금보다 용이해질 것으로 봤다. 특히 은산분리 규제로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케이뱅크가 대출 사업에 기대를 걸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들에게 낮은 수준의 대출금리를 제공하기 위해 현재 한정된 자본금 안에서 대출 쿼터제를 이용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로 유상증자와 자본 확충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쿼터제 없이, 더 많은 고객들에게 중금리 대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아파트 담보 대출, 계좌 기반 간편결제 등 새롭게 준비 중인 사업들에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도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봤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열린 출범 1주년 간담회에서 자체중신용 대출을 내년 초에 선보인다고 밝혔다. 자본 확충 여력이 높아지면 중금리 대출을 비롯한 신사업 등에 주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자본 확충이 당장 급한 것은 아니나 은행업은 올해 1년만 놓고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자본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중금리 대출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신용등급 4등급 이하) 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조3400억원, 전체 대출 잔액의 21%를 차지했다. 대출건수 기준으로는 38%다.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금액 기준 40%, 건수 기준 60%를 기록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