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회사들이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트렌드에 발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정비하고 있다. 과거 특정 가전렌털회사 혹은 통신사와 제휴해 결제액 할인 등을 해주던 제휴 방식을 넘어 복수의 구독 서비스에 특화한 신용카드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구독경제는 월납소비가 확장되면서 등장한 단어다. 고객이 매달 일정액을 내면 정기적으로 상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은 같다. 과거엔 우유 및 신문 배달, 통신비, 공과금 등을 월납소비로 분류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자동차, 생활용품, 예술작품 등의 이색 구독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2030세대 대부분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음악 스트리밍, 전자책 등 문화 콘텐츠 구독을 최소 1건은 보유하고 있다”며 “카드업계에서도 이들의 소비 트렌드를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짜고객 손쉽게 확보
카드사들은 매달 납부하는 요금을 자동이체하는 고객에게 각종 할인과 포인트 적립 혜택을 준다. 소비자가 지갑을 펼치면 가장 먼저 꺼내는 ‘주 사용 카드’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소비자로선 복잡한 계산없이 결제하는 것만으로 할인이나 적립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금 캐시백 이벤트로 가입자를 모으면 혜택만 취하고 실사용은 하지 않는 ‘체리피커’가 적지 않다”며 “반면 월납형 카드는 소비자가 구독 기간 카드 실적을 유지하는 ‘록인(lock-in)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1월 ‘월납요금 전용 카드’를 처음으로 내세운 이지링크 티타늄 카드를 내놨다.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주요 생활요금을 자동결제하면 캐시백과 할인 혜택을 주는 게 특징이다. 통신비 월 최대 1만5000원 할인 혜택을 기본으로 전기 및 도시가스 요금, 아파트 관리비, 학교납입금, 4대 보험료를 자동으로 납부하면 건수에 따라 요금을 깎아주는 게 특징이다. 생활가전 렌털료를 결제해도 같은 혜택을 준다.
○월납 결제, 구독료 적립 및 할인
신한카드는 ‘구독경제 전용 혜택’을 앞세운 딥원스 카드를 뒤이어 내놨다.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플레이 등 OTT 서비스와 멜론, 지니뮤직 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시 건별로 6000포인트를 적립해주는 게 특징이다. 전자책 서비스인 밀리의 서재, 스타벅스에서 사용가능한 포인트를 자동으로 충전해도 같은 혜택을 준다. 마찬가지로 가전 렌털 서비스를 구독해도 적립을 해준다.
삼성카드는 최근 대표 시리즈 카드 브랜드인 숫자카드를 V4(네 번째)로 개편하면서 5종의 카드에 넷플릭스, 온라인쇼핑, 배달앱 등 디지털·온라인 할인을 기본 혜택으로 탑재했다. 각종 생활요금을 걸어놓으면 건당 1000포인트를 적립해준다. 교통·통신 등 넷플릭스, 신선식품 배송 등의 구독형 서비스 결제금액의 5%를 깎아주기도 한다.
○이색 구독 혜택도
구독경제 카드 대부분이 넷플릭스 할인 및 적립 혜택을 탑재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지난달 말 출시한 ‘디지털러버’ 카드도 온라인 구독 서비스에 익숙한 세대를 노렸다. ‘기본, 구독, 선물’ 등 3단계로 혜택을 나눈 게 특징이다. 기본 혜택으로 유튜브 프리미엄과 넷플릭스 등 디지털 구독 서비스를 월 1만원까지 깎아준다. 요금을 추가로 내면 각종 쇼핑에 혜택을 주는 ‘쇼핑팩’, 문화 서비스와 여행 전용인 ‘플레이팩’, 디지털 콘텐츠 구매 시 추가 혜택을 주는 ‘디지털팩’을 고를 수 있고, 별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리카드가 출시한 카드의정석 APT는 아파트 관리비를 최대 월 1만5000원까지 깎아주는 게 특징이다. 카드업계 최초의 ‘아파트 관리비 카드’로 여겨진다. 이 카드에도 넷플릭스·유튜브 프리미엄을 30% 할인해주는 혜택을 넣었다.
최근 하나카드는 중고차 구독 서비스인 트라이브와 제휴를 맺고 ‘트라이브 애니플러스 카드’를 선보였다. 트라이브에서 중고차 구독 서비스 이용료를 결제하면 요금의 1.7%를 깎아준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고급 외제 중고차를 표방하는 트라이브 사용자의 월 결제금액이 70만원에 가입자 대부분이 실사용 고객으로 전환되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월 70만원 짜리 서비스를 결제하면 연 15만원가량을 아낄 수 있다. 세차·정기점검·수리 등의 오토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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