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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경제 불통이 문제…직언할 사람 곁에 둬라"

입력: 2019- 05- 07- 오전 03:12
"문재인 정부, 경제 불통이 문제…직언할 사람 곁에 둬라"

문재인 정부가 2년 동안 추진해온 경제정책이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낙제점’을 받았다.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탈(脫)원전 등 시장경제에 반하는 정책을 밀어붙인 탓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실정의 원인으로 ‘시장과의 불통’에서 비롯된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인식을 지목했다. “이념을 떠나 대통령에게 현 경제상황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해법을 직언할 수 있는 경제 전문가를 곁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제신문이 6일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대학교수, 연구원장, 기업 최고경영자(CEO), 전직 관료 등 오피니언 리더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현 정부의 경제 운영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42%는 ‘매우 잘못한다’, 48%는 ‘대체로 잘못한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이는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률(28%)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응답자들은 탈원전(3.01점), 일자리 창출(3.26점), 최저임금 인상(3.28점) 등 12개 핵심 경제정책에 모두 10점 만점에 5점 미만의 박한 점수를 줬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통 능력’(5.25점)이 ‘현안 파악 능력’(4.13점)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3년차 최우선 과제로는 규제철폐·기업투자 활성화 등을 통한 경제 살리기(63%), 경제정책 방향 수정(11%) 등을 꼽았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참모들이 좋은 수치만 보고하니 대통령이 경제 현실을 잘못 파악하는 것”이라며 “무너진 경제 생태계를 복원하려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맞게 경제정책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무너진 경제 생태계 복원하려면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 돌려야"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간 추진해온 경제정책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평가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비슷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대통령이 경제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시장과의 소통을 늘리고 △부작용이 현실화된 소득주도성장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고 △남은 3년 임기 동안에는 규제 혁파를 통한 혁신성장에 올인해야 하는 것이다. “퍼주기식 일자리·복지 대책으론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그렇게 쓸 돈을 줄여 미국처럼 법인세를 깎아주는 게 경제를 살리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소득주도성장에서 기업친화정책으로 갈아타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라는 지적이다.

‘소주성’ 고집 말고 큰그림 그려야

6일 한국경제신문이 각계 오피니언 리더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소득주도성장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4%에 그쳤다. 1년 전 설문 때 나온 비율(30.7%)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빈 자리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49%)와 ‘당장 중단해야 한다’(47%)가 채웠다. 한 응답자는 “근거가 희박한 경제 이론을 가지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내년 인상폭에 대해선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29.1% 올랐던 만큼 동결(48%)하거나 평균 7.8%였던 예년 수준보다 낮게 책정(35%)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공공 일자리 확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설 등 고용 악화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64%가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늘려야 한다’는 8%, ‘지속해야 한다’는 28%로 집계됐다. ‘나랏돈’을 들여 억지로 만든 일자리인 효과가 미미하고 기간도 짧을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기업들이 ‘진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상당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버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낮은 현안파악 능력’을 꼽았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분야별 능력을 점수화(10점 만점)해 달라는 질문에 △소통 5.25점 △비전 제시 4.44점 △갈등조정 4.21점 △현안파악 4.13점을 매겼다. 한 응답자는 “대통령의 현안 파악능력이 떨어진다는 건 참모들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지 않는다는 얘기”라며 “전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쓰다 보니 다른 의견은 아예 안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이 뛰도록 규제 혁파하자”

오피니언 리더들은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경제정책으로 ‘규제혁파를 통한 혁신성장 강화’(86%)를 꼽았다. ‘소득주도성장 지속’과 ‘공정경제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8%와 6%에 그쳤다.

혁신성장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청와대와 경제부처 간 소통부터 잘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피니언 리더의 76%는 청와대와 내각 간 소통이 잘 안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응답자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호흡을 맞춘 1기 경제팀에 비해 지금은 ‘청와대 일방통행’이 한층 더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내각이 견제 기능을 잃으면 청와대의 ‘이념적 경제정책’이 강화되면서 (주로 대기업에 도움이 되는) 혁신성장 정책이 무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현 정부가 대기업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응답자의 79%는 현 정부가 대기업에 대해 ‘반기업 정서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반대기업 정서를 빼놓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며 “최근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방문할 때도 내부적으로 반대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주변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집착하느라 정작 미래를 위한 ‘핵심 정책’이 돼야 할 혁신성장을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다”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에 힘이 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헌/고경봉/성수영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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