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시의 핵심적 악재라면 올 11월 3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이 꼽힙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우편투표의 부정 선거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불복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대선 토론에서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를 문제 삼으며 불복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우편투표는 원래 부재자를 위해 투표소에 가지 않고 우편을 통해 투표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제도는 주별로 천차만별입니다. 일부 주는 현장투표를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야 참여할 수 있지만 27개 주는 투표자가 원하면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습니다. 사전투표를 위해 활용하기도 합니다. 유효표를 세는 방식도 주별로 다릅니다. 선거일인 11월 3일자 소인이 찍혀 있어야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는 6일, 미네소타와 네바다는 10일, 오하이오는 13일, 캘리포니아는 20일까지 도착해야 유효표로 인정합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번에 뉴욕시에선 투표할 사람의 정보가 잘못 인쇄된 부재자 투표용지가 약 10만 장 발송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탓에 우편투표가 전체 투표의 10%대에 못 미쳤던 1990년대까지는 후보자 간 표 차이가 크지 않으면 늦게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세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우편투표 투표율은 2016년 대선 때 30%대 중반까지 올랐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약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약 8000만 명이 참여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우편투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는 겁니다. 이는 우편투표를 하는 유권자의 상당수가 민주당원이기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우편투표자의 66%가 민주당원, 24%가 공화당원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도시 지역에 사는 젊고 사회 활동이 왕성한 층에서 민주당원이 많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2000년 대선 사례를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붙어 선거 당일 부시 271명, 고어 26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경합주 플로리다에서 드러난 표 차이는 537표에 불과했습니다. 고어 후보 측은 우편투표까지 포함해 제대로 검표가 되지 않았다며 법원에 재검표를 요구했습니다. 반면 부시 후보는 재검표가 필요하지 않다고 맞섰죠. 플로리다 주법원은 재검표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연방 대법원은 5 대 4 의견으로 재검표 중지를 명령해 결국 37일 만에 부시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었습니다.
논란이 지속되던 37일간 뉴욕 금융시장은 어떤 움직임을 보였을까요? S&P 500 지수는 4% 넘게 떨어졌습니다. 대신 안전자산인 10년물 국채에서 매수세가 몰리며 금리가 52bp(1bp=0.01%포인트) 하락했으며 금은 12% 올랐습니다.
민주당으로선 바이든 후보가 압승해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이 현실화하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하지만 초박빙 승부가 될 경우 불복 논란 속에 법정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치권뿐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상당 기간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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