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코로나19, 유가 하락, 엔고 등의 악재가 겹치며 일본의 닛케이주가가 연일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주가 부양을 위해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닛케이주가는 9일 5.07% 폭락한 1만9698.76엔을 기록하며 1년 2개월 만에 2만엔선 아래로 내려섰다. 12일에도 전일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으로 전면적인 약세장이 전개되는 가운데 1만9000엔선 마저 무너지며 10시 15분 현재 1만8800엔 부근에서 추이하고 있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21 goldendog@newspim.com |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가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를 확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현행 연간 6조엔(약 69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ETF 매입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구로다 하루히코(黒田東彦) BOJ 총재는 앞서 지난 2일 긴급담화를 통해 "필요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주저 없이 취하겠다. 윤택하게 자금을 공급하고 자본시장 안정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BOJ는 주식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ETF 매입을 통해 주가를 부양해 왔다. 이를 증명하듯 2일 이후 하루 ETF 매입액을 종전 약 700억엔에서 1000억엔으로 대폭 늘렸다.
당초 시장에서는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전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BOJ도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단, 장기적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ETF 매입 확대가 최선의 선택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CP(기업어음)와 회사채 매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CP와 회사채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융기관 등에 발행한다. CP는 단기자금, 회사채는 장기자금 차입에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BOJ가 이를 매입하게 되면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BOJ는 지난 2008년 리먼 쇼크 당시에도 '수요 증발' '유동성 고갈'에 따른 기업의 자금 조달 압박을 지원하기 위해 CP와 회사채 매입 증액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2013년 구로다 체제 하에서는 디플레 탈피에 중점을 두고 거액의 국채나 ETF 구입에 주력해 왔다. 이에 CP와 회사채에 대해서는 2013년 말 2조2000억엔, 3조2000억엔으로 잔고를 설정한 뒤 이를 유지해 왔다.
BNP파리바증권의 고노 류타로(河野龍太郎)는 "코로나19로 인해 숙박업, 운송업 등의 기업은 경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그 지원책으로서 BOJ가 CP와 회사채 매입 규모를 일시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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