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우리 뇌의 신경세포는 서로 소통할 때 주로 전기신호를 사용한다. 세포막을 경계로 나트륨·칼륨 이온의 농도가 달라지면서 마이너스·플러스 전위차를 발생시키고, 그 전류의 발생이 이웃 세포로 전해지면서 정보를 처리한다. 신경과학에서는 이 신호를 '활동전위'라고 부른다. 우리의 뇌는 이 활동전위를 통해 바깥세상을 이해한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수 개월간 다음과 같은 활동전위를 갖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더 큰 그림에 집중하고, 탈선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자료=UBS
활동전위 1 :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율
지난 1년간 정책 입안자들과 금융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와 입원율이 급상승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19 백신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입원 환자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경제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
지난 8일까지 4주간 전 세계의 7일 단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51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40% 이상 감소했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입원 환자 수는 지난달 최고점을 찍은 뒤 각각 40%, 30%가량 감소했다. 백신 접종은 입원 환자 수가 지속해서 줄어들 수 있다는 희망을 키우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미국인의 10%, 영국인의 19%가 백신을 맞았다. 자료=UBS
우리는 미국은 4월에 유럽 6월에 경제 회복이 가능할 만큼 입원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감염률을 높일 수 있지만, 치명률은 기존 바이러스보다 크게 높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입원율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입원 환자가 지속해서 줄어들어 경제 재개에 속도가 붙는다면 기업 실적 전망도 개선될 전망이다. S&P500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이익이 19% 초과 달성했다.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는 3.8% 상향 조정됐다. 우리는 S&P500지수 전망치를 기존 4000에서 4100으로 올려잡았다.
활동전위 2 : 경기부양책
코로나19 봉쇄조치가 풀리면서 소비와 기업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 경기부양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은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 중국, 영국, 일본 등은 정부 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5%가량 늘렸다.
미국은 GDP의 9%까지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억9000만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제안했고, 상원과 하원은 과반 찬성만으로도 통과시킬 수 있게 하는 결의안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가계 부문은 초과 저축을 지출하기 시작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작년 저축률은 평균 16%로 1960년 이후 장기 평균의 약 두 배에 달했다. JP모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예금은 전년 대비 37% 증가하기도 했다. 자료=UBS
우리는 경기부양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이 경기순환과 관련된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소형주가 대형주 수익률을 능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신흥 시장이 앞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활동전위 3 : 인플레이션
억눌린 수요가 풀리고 공급이 제한되면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해운 운임, 음식, 반도체 가격은 이미 급등했다. 단기간 인플레이션이 예상됨에 따라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들은 침착함을 유지하도록 요구된다.
일부 지역에서 인플레이션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ISM 제조업지수는 지난해 4월 최저치인 35.3에서 12월 77.6, 1월 82.1로 높아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식품 물가 지수는 지난달 4.3% 급등해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옥수수 가격이 11% 오르면서 지수를 이끌었다. UBS에 따르면 반도체 칩 가격은 올해 10%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컨테이너 화물 가격이 급등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00년 중반 이후 3배나 올랐다. 공급의 병목 현상이 벌어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뜻한다. 자료=UBS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은 일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 상승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경제 활동이 정상화됨에 따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양책 규모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과장된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작년 미국의 경기부양책은 경제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으로 민간 부문의 붕괴를 상쇄했다. 또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물가지수 상승률은 2%를 넘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기업들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을 늘리지 못한다면 단기적인 가격 급등은 '인플레이션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그럴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일단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면 초과 설비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는 우리의 견해와 일치한다. 바킨은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디플레이션 위험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종합해보면 우리는 금리가 물가 상승률보다 낮게 유지되는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따라서 현찰과 고정수입 비중이 큰 투자자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물가가 투자 수익률을 앞지르면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수익률 추구를 위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활동전위 4 : 변동성
이처럼 모든 주요 변수가 바뀌면 변동성이 주기적으로 커지게 된다. 지난달 대폭락한 주식들의 움직임은 어떻게 갑자기 변동성이 증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우리는 높아진 변동성을 수익 창출, 비대칭 노출, 매수포지션 등을 구축할 기회로 보고 있다.
우리는 전반적으로 시장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활동전위들은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우리는 이것이 강세장(불마켓)을 탈선시키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전략적 계획을 포기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 저금리, 인플레이션, 경기부양책 등의 환경이 지속할 경우 자신의 부를 지키고 성장시키려는 투자자들은 초과 현금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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