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금값이 질주하고 있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금화와 금괴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1일(현지 시각) 인용한 세계금위원회(WGC)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금화와 금괴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배 증가했다.
러시아는 세계 금생산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국으로 꼽힌다.
하지만 20%에 달하는 높은 부가가치세로 인해 러시아인들은 그동안 금을 직접 매입하는 투자를 꺼려왔다. 위기가 닥치면 러시아인들은 보통 달러, 유로에 의지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외화 공급이 줄어들자 상황이 변했다.
러시아 정부가 금매입을 적극 장려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화 매도를 억제하는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정부는 금괴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폐지했다.
지난해 전세계 금수요는 18% 늘어난 4741t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각국이 자산 다각화에 나서며 중앙은행들이 막대한 금을 매입했다. 지난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1136t으로 1967년 이래 5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값은 지난 11월부터 1월까지 20% 가까이 올랐다. 아시아와 러시아에서 주로 사재기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기준 국제 금 선물가격은 6주 연속 상승하면서 1온스당 194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9월 저점으로부터 20% 상승한 수치로 역대 최고가(2069.4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