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 부족으로 급등하고 있다. 천연가스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며 유럽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8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1월 인도분 선물은 전거래일 대비 0.62% 오른 4.09달러에 마감했다.
천연가스는 지난 5거래일 동안 6.55% 급등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러시아가 야말-유럽 가스관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미국과 유럽 천연가스 가격 간 괴리도 급격히 커졌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의 정치적 갈등이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 불확실성을 높였다. 미국은 자체적인 조달이 가능한 반면 유럽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계절적으로 천연가스의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럽 내 에너지 대란을 장기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 연구원은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아시아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던 배들이 유턴해 유럽으로 향하고 있기도 하다"면서 "유럽은 지리적 이점을 기반으로 주로 러시아에서 배관가스를 공급받는데, 노드스트림 2승인 이슈,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러시아와 NATO의 갈등 심화 등으로 가스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천연가스 수급 불균형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천연가스 가격과 전기 요금이 연동된다는 점에서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질 수 있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전 연구원은 "정치적인 이슈 외에도 유럽에서는 바람 세기가 약해지며 풍력발전이 감소해 이를 대체하기 위한 천연가스 발전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데 천연가스 생산량은 제한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천연가스전 투자 지출이 줄어들었고 유지 및 보수작업에 들어간 플랜트, 자연재해발 가동 중단 등 여러 요인들이 생산 차질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천연가스는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한 투자가 집행될 가능성도 낮다"면서 "지난 11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주요국들은 미국과 EU를 필두로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메탄 서약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