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치솟는 국제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전략비축유 5,000만배럴을 방출한다고 선언했다. 영국과 한국 등 주요 동맹국들도 비축유 방출에 동참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제유가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으며 OPEC+는 별도의 액션플랜을 가동해 미국의 행보에 제동을 걸 조짐이다.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팬데믹은 18개월간 글로벌 경제 셧다운을 촉발시켰다"면서 "미 에너지부는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 비축유 5,000만 배럴을 방출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비축유 방출은 12월 중순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3,200만배럴의 비축유가 우선 방출되고 나머지 1,800만배럴은 의회의 승인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추가 방출한다는 설명이다. 방출은 대여 및 판매의 형태로 추진되며 영국 및 한국도 동참한다. 각 국가별 쿼터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인도가 단기간에 500만배럴 방출을 약속하는 한편 미국과 패권전쟁을 치르는 중국도 비축유 방출에 동참할 것으로 보여 규모면에서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것은 2011년 리비아 내전 이후 10년만이다. 최근 미국 내 불합리한 원유유통 과정까지 조사하기 시작한 바이든 행정부의 초조함이 잘 드러난다.
바이든 미 대통령. 출처=뉴시스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방출해 치솟는 국제유가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으나 실제 효과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태에서 지지율 하락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큰 틀에서 '산 넘어 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유가 상승을 원하는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의 반격이 관건이다. 이들은 언론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비축유를 방출할 경우 대응할 것"이라며 사실상 집단행동을 시사한 상태다. 일 40만배럴 증산이라는 소극적 증산만 고집하는 상태에서 증산 규모를 더 줄이는 방식이 유력하다.
국제유가가 치솟음에도 제한적 증산만 고집하던 OPEC+ 입장에서는 미국 등 국가들의 비축유 방출을 두고 국제유가 시장의 주도권과 관련된 민감한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출처=뉴시스
당장의 국제유가 상승이 OPEC+에 유리하지만, 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국제유가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것이다. 지난 팬데믹 기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규모를 두고 대립하던 중 갑자기 기습적인 증산 치킨게임이 벌어진 배경도 결국 시장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대한 싸움이었다.
미국 및 동맹국들은 물론 중국까지 참여한 비축유 방출이 국제유가 하락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이유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과의 핵협상 및 이에 따른 국제유가 시장의 분위기, 셰일가스 업계의 동향과 각 국의 원유 소비 패턴은 물론 미중 패권전쟁과 에너지 대란까지 얽힌 복잡한 사정도 관건이다.
한편 미국이 비축유 방출은 선언한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2.28% 오른 배럴당 78.50달러로 장을 마쳤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비축유 방출 선언일 국제유가는 오히려 올랐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