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던 국제유가 상승세가 꺾였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와 OPEC도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내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않게 돌아가고 있다.
출처=뉴시스
국제유가 '주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40달러(2.97%) 하락한 배럴당 78.36달러에 장을 마감했으며 내년 1월물 브렌트유는 80.53달러로 집계됐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국제유가 상승세가 다소 꺾였다. OPEC 플러스가 제한적 증산을 유지하고 있으나 시장의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 상태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재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최근 확진자가 대거 속출하며 위드 코로나 전략을 속속 포기하고 강력한 셧다운에 들어가는 나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맞아 국제유가 상승세가 가팔랐다는 것을 고려하면 의미심장한 사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간 정례 보고서를 통해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며 공급 과잉을 우려한 것도 국제유가 시세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미국이 최근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등 본격적인 액션플랜에 들어간 후 나온 보고서라 눈길을 끈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OPEC 사무총장도 12월부터 유가 공급 과잉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210만배럴 줄었으나, 시장에서는 서서히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바이든 행정부 "유가 잡아라"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로 미국의 강력한 시장 개입에도 주목한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진 가운데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액션플랜은 가동중이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7일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화상회담을 하던 중 중국의 비축유를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중 패권전쟁의 흐름이 거세지만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앙숙에게도 손을 내민 셈이다. 이는 두 정상의 회담 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회담에서도 확인된 내용이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동맹국을 대상으로도 비축유 방출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 내 정유회사에 대한 단속 의지도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바이든 미 대통령은 17일 리나 칸 F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정유제품의 공장 가격 하락에도 미국 내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 비정제유의 가격은 5% 하락했으나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오히려 3% 올라간 것을 직접적으로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