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에서 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 이전까지 금이 채권과 함께 ‘안전자산의 왕’이라는 지위를 누렸다면, 지금의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과 동시에 위험자산의 대표 주자인 주식과 비슷한 등락률을 보이는 성격을 갖게 됐다는 평가다.
13일 미국 블랙록자산운용에 따르면 금은 지난 3분기 5.9%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블랙록이 비교한 23개 자산군 가운데 10번째로 높은 수익률로, 미국 정부채 10년물(같은 기간 0.1%)과 일본 엔화(2.2%)보다 좋은 성적을 올렸다. 블랙록에 따르면 금은 이 기간 8.9%의 수익을 올린 S&P500지수와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더 이상 금이 주식시장을 헤지하는 기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러스 코스터리치 블랙록자산운용 매니저는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금과 주식은 음의 상관관계, 즉 주식이 오를 때 금값은 내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 상관관계는 완전히 역전돼 금은 올해 평균적으로 미국 주식 상승률을 30% 정도 수준에서 따라가는 수익 추구형 위험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자산배분 전문가들은 금이 경제 상황에 따라 성격이 크게 변하는 자산이라고 설명한다. 금은 채권과 달리 이자가 나오지도, 주식처럼 배당금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금은 내재된 자산 가치가 사실상 고정돼 있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따라 평가 가치가 변동한다는 설명이다. Fed는 올해 ‘목표 인플레이션’ 개념을 도입하며 인플레이션을 연 단위가 아닌, 몇 년간의 평균 수준에 맞춰 통화량을 조절할 계획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 수준의 실질금리와 풍부한 통화량이라는 환경 속에 주식과 금의 동행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금의 투자 매력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스터리치 매니저는 “지금의 금리 환경과 그로 인한 채권 및 배당의 낮은 기대수익률을 고려하면 금의 장기 투자 매력이 상당하다”며 “금 가격이 단기적인 조정을 받더라도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 비중을 확대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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