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 시대의 도래로, 연 1% 이자의 은행 예금도 찾기 힘들어졌다. 이제 자산증식을 위한 투자는 필수다.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투자상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가를 통해 들어본다.[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금에 대한 투자수요가 급증한 상황입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31일 진행된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금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달러 약세 등 거시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금 가격은 추가로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달 7일 기준 국제 금가격(현물)은 온스당 2051.50달러로 연초 대비 34% 상승했다. 코로나 여파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부양책으로 시중에 돈(유동성)이 넘친 것도 금값을 밀어올린 요인이다.
그는 "현재 상장지수펀드(ETF)가 보유하고 있는 금 보유량도 역사상 최고치라는 점이 금에 대한 투자수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라고 짚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 관련 글로벌 ETF가 보유한 금은 3366t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만 30.5% 급증한 것으로, 2004년 이후 최대치다. 심지어 세계 2위 금 보유국인 독일(3364t)을 비롯해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등 각국 중앙은행의 보유량보다 많은 수준이다. KRX현물거래, 양도세 면제 금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실물인 금을 사는 방법, 은행의 골드뱅킹, KRX 금 현물거래, 금 관련 ETF·ETN 상품 매매 등이 있다. 김 연구원은 이 중에서 KRX 금 현물거래와 ETF를 추천했다.
김 연구원은 "KRX 금시장에서 현물거래를 할 경우, 양도소득세 등이 면제돼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1g 단위로 소규모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액 투자자에게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KRX금시장을 통해 금을 사들일 경우, 양도소득세(22%)와 부가가치세(10%)가 면제된다.
금 ETF 상품의 투자 대상은 현물 선물 광산기업 등이다. 그는 "금 가격을 잘 따라가는 건 현물을 담은 ETF라고 보면 된다"며 "금 선물 ETF의 경우엔 롤오버(월물 교체)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금 관련 ETF는 금 선물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어, 금 현물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김 연구원은 "ETF가 금 가격 상승분 만큼 오르지 않는 건 기초자산의 구성 때문"이라며 "투자 선택 시 기초자산도 잘 뜯어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ETF 선물 상품의 경우 롤오버 비용에 유의해야 한다. 만약 현재 8월이라면 만기 9월건이 다가오기 때문에 다음달 10월물로 롤오버를 해야한다. 선물 구조상 10월물이 9월물보다 더 비싼데, 상대적으로 값싼 9월물을 매도하고 비싼 10월물을 매수하다보니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이를 ETF는 롤오버 비용으로 산정한다. 금 현물ETF 사려면 달러로 투자해야 현물 관련 ETF은 해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 연구원은 해외 ETF 중 스테이트스트리트의 'SPDR 골드 트러스트'(GLD)를 추천했다. 런던귀금속시장협회(LBMA) 가격을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그는 "이 ETF는 운용자산(AUM)이 가장 크고 유동성이 제일 많아 쉽게 사고 팔 수 있다"면서도 "보수가 좀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애버딘스탠더드의 '애버딘스탠더드 피지컬 스위스 골드 셰어즈'(SGOL)도 추천했다. 김 연구원은 "AUM이 작고 거래 유동성이 낮다는 단점은 있지만, 보수가 가장 싸다"고 했다.
이들 해외 ETF는 달러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도 주의해야 한다. 평소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들이 금 관련 해외 ETF를 사들이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또 해외엔 광산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김 연구원은 "광산 ETF의 경우엔 금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률이 더 좋지만, 금 가격이 하락할 경우 추가로 더 꺾이는 흐름을 보인다"며 "이들 업체는 금만 채굴하는 게 아니라 구리도 같이 채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구리에 대한 위험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산업체의 재무제표도 찾아봐야 한다는 점에서 장기투자보다는 단기적인 투자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금 관련 상장지수증권(ETN)은 ETF와 달리 롤오버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그는 "ETF는 기초자산이 10개 이상으로 구성되어야 하지만, ETN은 5개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다"며 "그만큼 상품도 더 다양한 편"이라고 소개했다.
금 가격도 반영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상품도 있다. 대신커버드콜 금 ETN의 경우, 5%를 더 얹어주는 구조다.
김 연구원은 "금 가격이 일정 부분 더 올라가면 그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지만, 변동성이 클 때 유리한 상품"이라며 "금 관련 간접투자를 하는 데 시기를 잡기 곤란한 투자자들이 활용하기에 좋다"고 조언했다. 달러약세에 미중 갈등 '확대'…"금, 상승세 이어갈 것"김소현 연구원은 앞으로 금 가격이 추가로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경기 상황이 금융위기 이후와 비슷하다는 점에서다.
금은 금융위기 이후 2년10개월 만에 160% 상승했다. 그는 "당시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렸고,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며 "지금의 환경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심화하는 것도 금 가격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8년부터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금 가격도 상승했다. 그는 "당시 세계 중앙은행들도 금을 더 사들였다"며 "지난해까지 중국·러시아가 적극적으로 금을 사들이면서 추세적인 상승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제 금 가격은 18% 올랐다.
코로나는 금 가격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이지만, 심각해지면 금값을 하락시킬 수 있다. 앞서 코로나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악화하던 지난 3월엔 금값이 하락했다.
그는 "3월엔 코로나 충격에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모두 다 빠졌다"며 "코로나에 대한 공포로 투자자들이 앞다퉈 자산을 현금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 투자에 있어서는 경제지표에 주목하라고 했다. 금 가격은 물가(인플레이션)가 안정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금융위기 이후 오른 금 값은 2011년 9월 이후 약 4년3개월 동안 45% 급락했다.
김 연구원은 "당시 물가도 안정되고, 달러도 강세전환하면서 굳이 금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금 관련 장신구 수요의 50%나 차지하는 신흥국 경기가 부진하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금 가격 추이를 예상해 볼 수 있는 지표도 있다. 물가연동채권과 달러 가격이다. 그는 "아무래도 금이 달러표시 자산이다보니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며 "물가연동채권은 물가가 올라가면 상승하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로 금 가격과 같이 가는 추이를 보여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금 가격에 대해선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골드만삭스는 2300달러를 제시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증권의 마이클 위드너는 2500달러에서 최대 3000달러를, RBC캐피털마켓은 3000달러를 각각 전망했다.
김소현 연구원은 "지금의 거시경제 환경에선 연말까지 금 가격은 오를 것"이라며 "금 가격 상단을 2100달러로 제시했지만, 2500달러선까지는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영상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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