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의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국제 금값은 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섰다. 서울 종로 한국금거래소 본점에서 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최근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보유한 금괴 무게만 104.4t으로 현재 시세를 적용하면 7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들 금괴는 한은 금고가 아닌 영국 런던 지하 금고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금 보유량은 104.4t으로 장부가격(매입가)은 47억9000만달러(약 5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국제규격에 맞는 금괴 무게가 개당 9.6∼12.2㎏임을 고려하면 한은이 보유한 금괴수는 8557∼1만875개로 추산된다.
1만개 안팎에 달하는 한은의 금괴는 역삼동 한은 강남본부 지하금고에 없다.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의 런던 지하금고에 보관 중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런던 지하 금고에 영국 소유의 금뿐 아니라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맡긴 금을 금괴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
한은이 1950년 출범 당시에는 금괴를 자체적으로 보관하기도 했다. 하지만 6·25전쟁이 터지자 미국 중앙은행(Fed)으로 잠시 금을 옮겼고 전쟁이 끝나자 돌려받았다. 한은이 영국 중앙은행에 금을 맡긴 것은 1980년대 말부터다. 이후 보관 물량을 조금씩 옮겨 2004년 이후에는 모든 금을 영국 중앙은행 금고에 넣어뒀다. 영국 중앙은행 금고 안전성이 높은 데다 런던에서 금 거래가 활발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금을 활용한 금 대여거래와 스와프거래 상당수가 런던에서 이뤄진다. 한은은 금 대여거래를 통해 받은 이자로 영국 중앙은행에 보관 수수료를 충당하기도 한다.
최근 영국에 맡긴 금괴를 국내로 회수하는 조치를 국가들도 눈에 띈다. 독일은 2013년부터 Fed와 영국 중앙은행 등에 맡긴 금괴를 본국으로 가져오는 조치를 진행 중이다. 냉전시대 때 옛 소련의 침공을 우려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지에 금괴를 나눠 맡긴 독일은 현재는 이 같은 위험이 사라진 만큼 본국으로 금괴를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독일처럼 금괴를 회수해 직접 보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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