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생각나는 이 밤, 그리움 하나 불막창 하나.’
냉동 안주 가정간편식(HMR) ‘안주야’의 베스트셀러 ‘논현동 포차스타일 불막창’에 써있는 문구다. 대상 청정원이 2016년 7월 ‘안주야’라는 브랜드를 내놨다. 당초 1인가구와 맞벌이 부부 등 밖에서 술 한 잔 기울일 시간과 여유가 없는 ‘홈술족’을 위해 개발했다. 제품이 나오자 이들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안주용, 야식용으로 제품을 사가기 시작했다. 안주야가 개척한 냉동안주 HMR시장은 연 200억원에서 1000억원대로 약 다섯 배 커졌다. 안주야는 이 중 50%를 점유하고 있다. 대상이 시장을 키우자 동원F&B, 오뚜기, 아워홈 등 후발주자들도 안주 전문 브랜드를 만들었다.
안주야는 영유아 자녀를 키우는 30대 소비자가 핵심 구매층이다. 대상이 지난해 12월 한국리서치와 조사한 결과 30대 여성의 냉동 안주 HMR 구매 경험이 66%로 가장 높았다. 30대 남성(54%), 20대 여성(53%)이 뒤를 이었다. 실제 제품 개발의 계기가 된 건 대형마트의 한 코너에서 “포장마차 안주도 간편식이 있으면 좋겠다”는 한 여성 소비자의 한마디였다.
막창, 닭발, 껍데기, 쭈꾸미 등 볶음과 구이류에서 시작한 안주야는 현재 ‘곱창전골’ ‘모듬술국’ 등 국물류도 내놓고 있다. 20종의 제품은 대상 마케팅실과 연구실 직원들이 발로 뛰며 만들어냈다. 2015년부터 서울 여의도와 강남, 종로, 영등포 등 주요 포장마차 거리와 대구 막창골목, 해운대 포장마차촌까지 안주가 유명한 지역을 모두 탐색한 결과다.
초기 소와 돼지, 닭의 내장이나 부산물을 재료로 써야 하기 때문에 원료 수급이 쉽지 않았다. 김정현 대상식품연구소 편의연구 팀장은 “깨끗하게 관리되는 원료를 확인하기 위해 전국 곳곳을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냄비를 들고 다니면서 조리 후에도 냄새나 변형이 없는지 확인했다”며 “하루 3~4곳의 포장마차를 돌며 속이 쓰릴 때까지 시식한 날도 많았다”고 전했다.
안주야는 여러 차례 제조 방식이 업그레이드됐다. 부산물은 부위마다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조리법도 부위 수만큼 다양하다. 껍데기나 막창 제조에는 잡내를 없애기 위해 커피를 넣어 삶거나, 특제 소스에 재워 센 불로 가마솥에 직화하는 방식을 쓴다. 무뼈닭발은 국내산 마늘과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낸 뒤 170도 오븐에 구워 기름기를 빼는 게 노하우다. 영하 40도의 극저온에서 1시간 이내 최소 시간으로 특수 냉동 방식으로 집에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낼 수 있게 했다. 부산물 조리 노하우가 쌓이며 대상은 지난 2월 토종순대와 머리고기, 염통 등 건더기가 들어간 칼칼한 국물의 ‘모듬술국’도 내놨다.
변명희 대상 식품연구소 편의연구실장은 “술안주로는 흔한 메뉴지만 집에서는 쉽게 조리하거나 접하기 어려운 것들을 만들어 일반 HMR과 차별화하고자 했다”며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타임푸어’의 라이프 스타일을 겨냥한 안주야 제품을 더욱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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