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시타델증권의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거래소가 시타델증권의 주문을 처리한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금 조치를 결정한 뒤 후속 조치로 외국계의 '고빈도 매매'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시타델증권에 대한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거래소는 시타델증권이 고빈도 매매를 주도한 시세조종 혐의가 있다고 보고 관련 자료를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앞서 거래소는 메릴린치가 시타델증권의 주식 주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대량 주문을 처리했다며 회원제재금 1억 7,500만원을 부과했다. 거래소의 조치는 시장감시규정을 위반한 회원사에 대한 제재다. 거래소는 시타델증권이 회원사가 아니어서 아닌 주문을 처리한 메릴린치(거래소 회원사)를 상대로 제제금 부과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반면 금융당국은 시타델증권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추가로 조사하는 건 시타델증권의 자본시장법에 따른 불공정거래 혐의다. 금감원은 필요한 경우 시타델증권 홍콩지점에 대한 현장조사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례는 고빈도 매매에 대한 첫 제재 사례로 관심을 모았다. 메릴린치증권은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 중 시타델증권으로부터 6,200건이 넘는 허수주문을 수탁했다. 위반 규모는 900만주, 847억원에 달하는데, 메릴린치가 수탁한 거래는 80조원, 시타델증권이 시현한 매매차익은 2,200억원대로 추정됐다. 시타델증권이 이용한 알고리즘은 고가의 매수주문을 내고 일반인의 매수세가 유입돼 시세가 상승되면 보유물량을 매도하는 방식이다. 이후 허수성 매수주문은 취소했다. 1,000 분의 1초 단위로 주문을 실행하고 취소하는데, 이 과정을 하루에 수천번 넘게 반복해 시세차익을 거뒀다. 전형적인 고빈도 매매 방식이다. 고빈도 매매는 투자전략의 하나로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이번에는 고빈도 매매가 시세조종에 이용됐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졌다. 시타델증권이 메릴린치를 통해 허수 주문을 제출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다. 주문을 수탁한 메릴린치에 대한 거래소의 제재금 조치는 마무리됐고, 주도자로 지목된 시타델증권에 대한 조사는 아직 주요 혐의를 살펴보고 있는 단계다. 업계는 수탁자인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금이 결정됐기 때문에 시타델증권 역시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적용되는 혐의와 절차가 다른 사안이다. 조사에 착수한 금감원은 시세조종의 목적이 있었다는 법적 증거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래소 규정을 근거로 하는 회원사 제재와 자본시장법을 근거로 하는 불공정거래 혐의자 제재는 차이가 있다"며 "시타델증권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서는 거래소의 회원 조치와 병행하던 사안으로 필요하다면 현장조사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