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등용 기자] 세계 최대 원유 트레이딩 업체인 비톨(Vitol)이 조만간 석유 수요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대신 철광석과 구리, 알루미늄 등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셀 하디 비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파이낸셜 타임즈 코모디티 서밋(Financial Times Commodities Summit)’ 행사에 참석해 “석유 사업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후 어느 시점에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더 큰 금속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3대 금속 시장은 철광석과 구리, 알루미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비톨은 트라피구라, 머큐리아, 글렌코어 등 경쟁사로부터 시니어 금속 트레이더를 영입하고 있다. 이들 트레이더는 지난해 약 132억 달러(약 18조4734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디 최고경영자는 원유 사업이 쇠퇴하는 가운데 전기화 단계에서 금속 사업의 성장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지난 8월에는 석유, 석탄, 야금 코크스 전문 트레이더인 노블 리소스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군보르와 머큐리아 같은 다른 트레이딩 업체들도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금속 팀을 확장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석유 메이저 기업인 토탈에너지도 구리 거래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하디 최고경영자는 “석유 부문의 움직임 및 성장과 금속 부문의 예상되는 성장에는 약간 반비례의 경향이 있다”면서 “금속은 에너지 전환의 전기화 단계를 통해 상당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다만 하디 최고경영자는 금속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금속 사업을 비톨의 에너지 사업부와 같은 규모로 확장하는 것은 길고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디 최고경영자는 “‘우위’와 ‘경로’를 찾아야 할 것”이라며 “10년의 세월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3년이나 5년 안에 특정 위치에 도달해야 한다는 압박은 주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