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24일 작성된 영문 원고의 번역본)
원유에 관해서라면, 사우디 에너지장관의 발언들은 보통 매우 결정적이다. 이러한 사실이 지난 화요일에도 역시 사실로 밝혀졌다. 지난 3년 반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를 총괄해온 칼리드 알 팔리(Khalid al Falih) 에너지장관이 11일 앞으로 다가온 이란산 원유 제재 때, 공급핍박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만큼 많은 양의 원유를 생산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생산량보다 하루 100만~200만 배럴 정도를 더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팔리(Falih) 장관은 덧붙였다. 이는 5월의 이란 원유 생산량 최고치인 271만bpd(일일 생산하는 배럴량)에서 1/4~3/4에 해당하는 생산량이다. 만약 이러한 사우디의 증산 결정이 예정대로 이루어 지고 러시아와 미국의 생산도 예정대로 증가한다면, 이란 제재도 훨씬 더 감당할 수 있는, 혹은 거의 알아챌 수 없을 만큼의 영향만 남을 수 있다.
3개월 만에 가장 큰 원유 매도세
사우디 장관의 원유 증산 발언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며 바로 그날 원유 가격은 5% 가까이 빠지고 이는 3개월만의 가장 큰 폭의 일일 하락이었다. 물론, 낮은 원유 가격이 사우디와 같은 원유 생산국에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기에 그가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원유에 관한 팔리 장관의 힘이 실린 주장들은 지난 9월에 미국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가 4년 만의 최고치를 맴도는 유가를 낮추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유 증산을 요청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무시 했을때 볼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11월에 있을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 수출국 기구(OPEC)가 유가를 높게 유지해 ‘전 세계 시장에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라고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가 이런 비난을 쏟아부은 며칠후, 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 증산을 위한 민간 합의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유가 상승은 멈추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팔리 장관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유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말한 바와는 반대로, 그의 발언에 다음날 원유 가격은 3% 상승했다.
항상 이렇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우디 에너지 장관의 발언이 항상 유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은 아니었다. 특히 팔리 장관은 전 세계 원유 공급 과잉으로 거의 매일 유가가 하락하던 2015년 임기 초, 그의 발언을 시장에 관철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2014~2017년 시장의 원유 가치가 약 75%나 사라졌던 유가 위기 바로 그 절정의 시기는 이전 사우디 에너지 장관으로 근무한 사우디의 알리 알 나이미 (Ali Al-Naimi) 장관의 30년 가까운 불굴의 경력에 먹구름을 드리우기도 했다.
또한 역사적으로도, 1973년 사우디가 주도했던 석유 금수 조치도 사우디 왕국과 OPEC에게는 다소 혼란스러운 결과를 낳은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팔리 장관은 화요일 다시 그때의 금수조치로 돌아가기보다 세계 최고의 석유 수출국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겠고 약속하게 되었다.
이 모든 일들로 인해 그는 결국 사우디가 유가를 $70~$8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존의 발언과 반대되는 원유 증산에 대한 약속을 하게 된 것이다.
WTI 원유는 $60, 브렌트유는 $70 깨질 수도
기술적 분석 차트가 맞다면, 미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의 가격은 중요 지지선인 배럴당 $65를 깨고 $60 혹은 그 이하로까지 하락할 것이다. 비슷하게, 전 세계의 원유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또한 $75의 지지선을 뚫고 $70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WTI가 $60 아래에서 거래된 때는 지난 3월, 브렌트유가 $70 아래로 거래된 때는 지난 4월이다. 비록 지난달 두 벤치마크 지수가 모두 30% 가까운 상승세를 보이긴 했으나, 지난 2주간의 원유 매도세로 인해 상승폭이 이제 반절이 되었다.
기술적 분석은 제쳐 두고라도, 원유 재고량과 시추기수가 4주 연속 증가하면서 원유 저장량이 예상외로 2,200만 배럴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이 또한 유가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 살인 사건으로 인해 사우디에게 쏟아지는 전 세계적 공분을 누그러뜨리려는 팔리 장관의 노력의 일환으로, 이란 제재와 올 초 유가 상승을 둘러싸고 지속되어온 시장의 공포 요인을 잠재울 그의 원유 증산에 대한 굳은 약속은 아마 계속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위기’의 국가
이미 하루 1,000만 배럴 이상 생산량을 끌어 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더 추가 생산을 해나갈지에 대해 지난 화요일 팔리 장관이 발표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슈끄지의 ‘끔찍한’ 피살사건 이후 ‘위기’에 처한 국가였다.
사우디 에너지 장관의 이례적인 상태를 화요일 원유 트레이더들이 놓치지 않았다.
뉴욕 에너지 헤지펀드사인 어게인 캐피털(Again Capital)의 공동 창립자 존 킬더프(John Kilduff)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에서 꾸준한 생산국으로 비춰지고 싶어한다. 또한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원유 생산으로 지나친 보상을 하고 있다. 이것이 유가에는 좋은 것이 아니다.”
뉴욕 에너지 메니지먼트 인스티튜트(Energy Management of Institute)의 도미닉 처리첼라(Dominick Chirichella)는 단기적으로 유가에 대해 조심스러운 전망을 하고 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원유 증산에 대한 사우디 발언으로 인해 유가가 하락”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장은 팔리 장관의 다음 발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