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안보부터 감세, 규제 완화에 이르기까지 핵심 공약 일부를 지켜냈다. 하지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물가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차입 비용, 끝나지 않은 두 개의 전쟁이 그의 국정 의제가 지닌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오는 11월 3일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첫 전국 단위 심판에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로 여겨달라고 공언한 상태다. 취임 21개월째인 현재 성적표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행정부는 국경, 세금, 규제 분야에서는 공약을 대체로 이행했지만, 유권자들이 가장 중시한 ’생활비 부담 완화’ 약속은 크게 지키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ABC·입소스가 10월 9~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3%로 2기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고, 경제 운용에 대한 지지율은 28%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은 정당 지지도(일반 투표 기준)에서 공화당을 8%포인트 앞섰다. AP·NORC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활비 대응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17%에 불과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 성적표는 어떤 정책이 지속될지, 여소야대 의회가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지표로서 의미가 크다.
국경·세금·규제 공약은 이행
행정부가 가장 큰 성과를 낸 분야는 국경이다.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 남서부 국경에서 국경순찰대가 체포한 인원은 9만8708명이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연평균보다 약 95% 적은 수준으로, 1960년대 후반 이후 최저치다. 전국 단위 불법 입국 적발 건수도 37만9243건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은 2025년 1월 이후 약 250마일(약 400km)의 장벽이 새로 건설됐으며, 여기에 ’스마트 장벽(Smart Wall)’ 사업 예산 343억달러가 투입됐다고 밝혔다. 장벽 자체는 아직 완공되지 않았지만, 장벽으로 막으려던 불법 입국 행렬은 사실상 끊겼다. 
출처: 미국 세관·국경보호청
추방 조치도 크게 늘었다. 블룸버그 거버먼트가 보도한 연방 기록에 따르면 지난 7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하루 평균 체포 건수는 1400건을 웃돌았다. 바이든 행정부 말기 하루 약 300건의 4배가 넘는 규모다. 그 대가는 정치적·인도적 비용으로 돌아왔다. 미국 곳곳의 도시에서 충돌이 빚어졌고, 건설업과 농업에서는 인력난이 발생했다. 명백히 실패한 공약도 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출생 시민권제 폐지 행정명령의 효력을 막았다.
세제 분야에서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을 통해 2017년 개인 소득세 감면이 영구화됐고, 팁·초과근무 수당·고령층 공제 등 맞춤형 감세도 추가됐다. 선거 유세 당시 약속했던 것처럼 완전한 비과세가 되지는 않았지만, 공약의 핵심은 이행됐다. 다만 대가가 따랐다. 의회예산처(CBO)는 이자 비용과 거시경제 효과까지 반영하면 이 법으로 2035년까지 재정적자가 4조700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CBO는 2026회계연도 재정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5.8%인 1조9000억달러로 전망했다. 행정부는 이 수치에 이의를 제기하며, 성장세가 강해지면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규제 완화는 공약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백악관 관리예산실(OMB)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에 규제 완화 조치는 218건에 달한 반면 새로 도입된 주요 규제는 5건에 그쳤다. ’신규 규제 1건당 기존 규제 10건 폐지’라는 목표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은 파리기후협정에서 두 번째로 탈퇴했다. 환경보호청(EPA)은 연방 온실가스 규제의 근거였던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철회했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체계도 상당 부분 축소됐다.
에너지 생산은 보다 복합적인 양상을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정책에 힘입어 생산량은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6년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90만배럴, 시판용 천연가스 생산량은 하루 1225억 입방피트로 사상 최대치가 예상된다. EIA는 취임 첫날 수출 허가 동결이 해제되면서 2026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이 하루 평균 176억 입방피트로 2024년보다 5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셰일 생산은 이미 이전 행정부 시절부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고, 이후 원유 생산 증가세는 오히려 둔화됐다.
물가·금리·평화 공약은 불발
’취임 첫날 인플레이션 종식’은 2024년 대선 캠페인의 핵심 공약이었다. 그러나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9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는 한 달 새 0.6% 올랐고,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퇴임 당시 2.9%보다 높아진 수치다.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에너지였다. 휘발유 가격이 한 달 새 9.1% 뛰면서 전체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근원 인플레이션도 전월 대비 0.3% 올라 예상치를 웃돌았다. 물가 압력이 유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연방준비제도(Fed)는 9월 경제전망에서 2026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을 3.7%로 제시했다. 이란과의 전쟁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폭시키기 전부터 관세와 인공지능(AI)발 건설 붐이 이미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낮추겠다는 공약은 오히려 역행했다. 2월 말 시작된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공급 충격이 발생했다. 브렌트유는 4월 30일 장중 배럴당 126.41달러까지 치솟았고, 현재도 110달러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9월 평균 휘발유 소매가격은 갤런당 4.33달러로, 종전 9월 최고치였던 2023년의 3.83달러를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선거 전까지는 부담이 줄어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했다. EIA에 따르면 18개월 안에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던 전기요금은 전력망 투자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취임 당시보다 약 18% 올랐다. 에너지부 자료에 따르면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방출을 거듭한 전략비축유(SPR)는 1980년대 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채워 넣겠다고 공언했던 비축유다.
차입 비용도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모기지 금리는 3%대로 되돌아갈 것으로 기대됐지만, 프레디맥 자료에 따르면 10월 중순 30년 만기 고정금리 평균은 7.4%로 2025년 1월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연준은 대통령의 인하 요구와 정반대로 9월 정책금리를 3.75~4.00%로 올렸다. 3년여 만의 첫 인상이다. 장기 국채 금리도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우려가 겹치면서 상승했다.
통상 분야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관세는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이지만 무역적자는 구조적으로 줄어들지 않았다.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8월 상품·서비스 무역적자는 1056억달러로 확대됐다. 연초 이후 누적 적자는 2025년보다 19.9% 적지만, 이는 착시에 가깝다. 2025년에는 관세 부과를 앞두고 기업들이 수입품을 미리 쌓아두면서 수치가 왜곡됐기 때문이다. 법적 기반도 약해졌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6대 3으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련 관세가 무효화됐고, 관세 환급의 길도 열렸다. 이후 백악관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한시적 글로벌 추가관세와 무역확장법 232조·무역법 301조에 따른 품목별 관세로 방향을 틀었다. 관세 정책의 법적 근거가 좁아진 만큼 법적 다툼의 여지도 커진 셈이다.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낸 것은 평화 공약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던 약속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고, 전쟁은 5년째로 접어들었다.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가 거듭 러시아를 찾았지만, 크렘린은 여전히 자국 군대가 점령하지 못한 돈바스 지역을 요구하고 있으며 3자 회담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그 사이 ’전쟁을 끝내겠다’던 후보는 이란과의 전쟁을 일으켰다. 당초 몇 주면 끝날 것이라던 이 전쟁은 8개월째를 향하고 있으며, 미군 사상자가 발생한 데다 국방부 추산 비용도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성장·제조업·증시는 ’회색지대’
미국 경제는 약속했던 ’폭발적 성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BEA 자료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2.2% 성장했다. 애틀랜타 연은의 GDP나우(GDPNow)는 3분기 성장세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미국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선두를 지키고 있다. 다만 성장을 이끄는 주된 동력은 약속했던 전방위적 경기 부활이 아니라 AI 관련 설비투자다. 고용시장도 식어가고 있다. BLS에 따르면 9월 신규 일자리는 2만9000개에 그쳤고, 실업률은 4.2%로 소폭 올랐다.

출처: 미국 노동부
제조업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BLS에 따르면, 제조업 고용은 2025년 12월 최저치 대비 7만 2,000명 증가했으며,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지수는 9개월 연속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BLS에 따르면, 취임일 기준으로 볼 때 제조업 일자리는 약 1,270만 개 수준에서 거의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투자 공약에도 불구하고 신규 공장 건설에 대한 지출은 급격히 감소했다. 이 부문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을지는 모르나, 부흥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월스트리트는 대체로 정치적 상황을 간과해 왔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S&P 500 )는 10월 6일 7,818.93으로 사상 최고 종가를 기록했으며, 올해 들어 약 14% 상승했다. 그러나 상승폭은 제한적이다. 현재 AI 관련 기업들이 지수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올해 상승분의 약 3분의 2를 주도했다. 이번 상승세는 워싱턴의 정책 조합보다는 기술 기업의 수주 현황에 더 기인한 것이다.
시장과 중간선거
이러한 양상은 일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 명령이나 단일 조정 법안을 통해 이행할 수 있는 공약은 지켜냈으나, 시장, 지정학적 상황 또는 연방준비제도(Fed)에 결과가 좌우되는 부분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지자들은 이란 전쟁과 AI로 인한 전력 부족 사태는 어떤 대통령도 피할 수 없었던 충격이었으며, 국경 및 세제 관련 성과는 시간이 지나면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판론자들은 전쟁과 관세 조치가 의도적인 선택이었으며, 그 부담이 오히려 구제를 약속받았던 유권자들에게 돌아갔다고 반박한다.
이로 인해 시장 환경에 몇 가지 시사점이 도출된다.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제약 요인이 되었으며,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에 근접하고 연준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급격한 금리 인하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재정 리스크는 이제 구조적인 문제로 보인다. 영구적인 감세, 대법원 판결 이후 감소할 관세 수입, 그리고 전쟁 비용 등은 모두 재정 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장기 채권 수익률에 상승 압력을 가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분열된 의회는 기존 정책을 뒤집기보다는 동결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시사하듯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감독 및 예산 갈등은 심화되겠지만 세법은 변함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무역, 이민, 규제 분야는 대체로 대통령의 통제하에 남을 것입니다.
결론
2기 임기 21개월 차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는 두 가지 뚜렷한 범주로 나뉜다. 국경, 세금, 규제 등 대통령이 결과를 직접 통제할 수 있었던 분야에서는 대체로 성과를 냈다. 반면 결과가 물가, 중앙은행의 결정 또는 외국 적대 세력에 좌우된 분야에서는 공약이 대부분 이행되지 못했으며, 현재 인플레이션, 유류비,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두 차례의 전쟁이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11월 3일 투표는 이러한 성적표를 다시 쓰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향후 2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통치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자신의 업적을 방어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을지를 결정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