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경제학자들은 주택이 경제의 핵심 축일 뿐 아니라 경기 순환을 이끄는 주된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요즘 그 연결고리는 훨씬 느슨해진 모습이다. 주택 건설과 주택 매매가 부진한 지금으로서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다.
주택 시장은 여전히 약한 고리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경기침체를 불러올 만한 위협이 되지 않고 있다. 과거 경기 사이클과 비교해 주택이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 반면, 소비 지출과 서비스업의 비중은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거용 고정투자 비중은 올해 2분기 3.6%로 떨어지며 1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개인소비지출(PCE) 비중은 60% 후반대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주택 보유자 대부분이 저금리 모기지를 끼고 있어, 주택 경기가 꺾일 때마다 충격을 키우던 가계의 금융 부담도 크지 않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주택이 경기를 좌우하던 시대는 저물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변수는 금리다. 최근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모기지 금리도 덩달아 뛰었고, 그동안 주택 시장을 받쳐주던 버팀목이 사라졌다. 조달 비용이 계속 오르면 앞으로 역풍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주택 부진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은 AI 투자다.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등 AI 인프라에 막대한 돈이 몰리면서 전체 성장을 떠받치고 있고, 덕분에 주택 경기가 흔들려도 경제 전반이 받는 타격은 더욱 줄었다.
이런 변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은 경제가 확장세를 유지하는 데 힘이 되고 있다. 애틀랜타 연은의 GDPNow 모델은 다음 주 나올 3분기 GDP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20일 기준 추정치인 연율 3.5%가 현실화되면 1년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반면 주택 시장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9월 신규 주택 착공은 122만 건으로 1년 전보다 7.4% 급감하며 팬데믹 이후 최저치에 바짝 다가섰다. 건축 허가 추이를 보면 당분간 착공은 바닥을 다질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몇 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 몇 달, 길게는 몇 분기 동안 주택이 경기에 보탬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 거래도 부진하다. 9월 잠정 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7.3%, 전년 대비 11.3% 급감했다. 가장 큰 원인은 가파르게 오른 대출 금리다. 국책 모기지 업체 프레디맥에 따르면 이번 주 30년 만기 모기지 평균 금리는 7.40%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7주 연속 오른 끝에 3년 만의 최고 수준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주택 건설업계 심리가 얼어붙은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7%를 웃도는 모기지 금리와 높아진 주택 구입 부담, 약한 수요가 신규 주택 판매를 계속 짓누르면서 10월 건설업계 심리지수는 14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9월 잠정 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7.3%, 전년 대비 11.3% 급감했다.
하락 흐름은 주택 건설주에도 부담이 되고 있지만, 업계가 처한 어려움이 아직 주가에 다 반영되지는 않았을 수 있다. SPDR S&P 홈빌더스 ETF(NYSE:XHB)는 최근 저점을 다시 시험하고 있으며 지지선 이탈을 눈앞에 둔 모습이다. 지지선이 무너지면 또 한 차례 매도세가 쏟아질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장기 수급 여건만 놓고 보면 주택 시장에 여전히 유리하다. 수년간 공급이 부족했던 탓에 많은 지역에서 매물이 모자란 상황이다. 하지만 하버드대 주택연구합동센터(JCHS)가 최근 보고서에서 짚었듯 "주택 구입 부담이 좀처럼 줄지 않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택 여건이 악화되고 있으며, 고용 시장 둔화와 이민 급감으로 가구 증가세도 꺾이고 있다."
결국 주택은 더 이상 과거처럼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는 ’킹메이커’가 아닌 듯하다. 탄탄한 소비, 고정금리 모기지 덕분에 금리 충격을 비켜간 주택 보유자, 그리고 급증한 기술 투자가 맞물리면서, 수십 년 전이라면 경기침체를 불렀을 법한 주택 경기 부진을 경제 전반이 흡수해냈다.
그렇다고 주택 시장의 고비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고통이 경제에 더 길고 짙은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택이 예전처럼 경기 순환을 이끌지는 못하더라도 이 부문을 아예 무시하는 것은 실수다.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주택 구입 부담과 건설 경기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주택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다시 확대될 수 있다. 지금은 성장에 약간의 부담을 주는 정도지만, 언제든 훨씬 묵직한 역풍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