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美 부실 레버리지론 급증…팬데믹 이후 최고"
앤트로픽이 기업가치 최대 2조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유출된 증권신고서 초안에 따르면 매출은 12배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80억 달러에 달했다. 초안은 이미 민감한 주제인 AI의 위험성도 전례 없이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들어가며
클로드(Claude) 모델을 개발한 앤트로픽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는 증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9월 28일 앤트로픽의 IPO 증권신고서 초안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외부에서 이 회사의 재무 상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용은 놀랍다. 2025년 매출은 약 12배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80억 달러를 넘었다. 회사는 향후 수년간 클라우드와 컴퓨팅에 약 5,18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초안에 공모가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관사들은 기업가치 2조 달러에 최대 1,000억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이 어떻게 유출됐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로이터는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앤트로픽이 이미 소수의 외부 파트너에게 초안을 공유했으며, 이들 중 누구라도 유출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미래의 주주들에게 이번 유출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하나다. 이처럼 빠른 성장이 이만큼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앤트로픽의 부상
앤트로픽은 2021년 지배구조와 AI 안전성을 둘러싼 이견으로 오픈AI를 떠난 연구자들이 설립했다. 현재 최고경영자(CEO)인 다리오 아모데이와 그의 여동생 다니엘라 아모데이도 창업 멤버다. 회사는 공익법인(PBC)으로 등록돼 있다. 이사회가 주주 수익과 함께 회사가 명시한 사명도 고려하도록 의무화한 법인 형태다. 이 선택부터가 앤트로픽이 전형적인 기술기업 상장사처럼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핵심 제품은 대규모 언어모델(LLM) 제품군인 클로드다. 챗GPT의 소비자 시장 성공으로 브랜드를 구축한 오픈AI와 달리, 앤트로픽은 기업 고객에 집중해 왔다. 수익 대부분은 기업과 개발자에게서 나온다. 이들은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내고 클로드를 자사 소프트웨어에 통합하는데, 앤트로픽에서 직접 이용하거나 아마존과 구글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거친다. 개인과 팀 대상 유료 구독이 두 번째 수익원이며, 소프트웨어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에이전트인 클로드 코드(Claude Code)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제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2025년 3월 기업가치 615억 달러에 35억 달러를 조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로부터 1년여 뒤인 2026년 5월에는 투자 후 기업가치 9,650억 달러에 650억 달러를 유치했다. 약 14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16배가량 뛴 셈이다. 앤트로픽은 지난 6월 미국 IPO를 비공개로 신청하며 상장 경쟁에서 라이벌 오픈AI를 앞질렀다.

출처: 로이터
증권신고서 속 핵심 수치
지금까지 앤트로픽의 성장세는 주로 투자 유치 발표나 회사 측근이 전한 수치로만 알려져 왔다. 증권신고서는 이런 추정치를 회사가 직접 밝힌 숫자로 대체했는데, 첫 번째 수치부터 눈길을 끈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5년 매출은 1,088% 증가한 45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API의 기업 도입 확대, 유료 구독 증가, 클로드 코드의 급성장이 성장을 이끌었다. 다만 유출된 보도에는 수익원별 정확한 비중이 나와 있지 않다.
매출 45억 9,000만 달러인 기업이 어떻게 지난 5월 비상장 기업가치의 두 배가 넘는 2조 달러의 몸값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투자자들이 과거가 아닌 미래 매출에 가격을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초안은 2025년 실적만 담고 있지만, 로이터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연간 매출 런레이트(연 환산 매출)는 7월 말 650억 달러를 넘어섰다. 회사는 2028년 매출을 약 1,900억~2,000억 달러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를 웃도는 전망치도 있다.
기업가치 2조 달러를 기준으로 하면 앤트로픽은 7월 런레이트의 약 31배, 2028년 전망 매출의 약 10배에 평가받는 셈이다. 감사를 거친 2025년 매출과 비교하면 배수는 400배를 넘는다. 결국 이 기업가치는 런레이트가 유지되느냐에 거의 전적으로 달려 있다.

출처: EPOCH AI
이 같은 규모의 성장에는 막대한 비용이 따랐다. 앤트로픽의 2025년 순손실은 약 420억 달러에 달했다. 다만 이 수치는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 약 420억 달러의 순손실 중 약 340억 달러는 향후 앤트로픽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자금 조달의 추정 가치가 상승한 데 따른 회계상 비용으로, 사업 운영에 실제로 쓴 돈이 아니다.
더 의미 있는 수치는 영업손실이다. 영업손실은 전년 29억 8,000만 달러에서 2025년 80억 6,000만 달러로 확대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컴퓨팅·인프라 지출은 세 배로 늘어난 73억 3,000만 달러로, 총 영업비용 126억 5,000만 달러의 절반을 넘었다. 반면 2025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투자 자산은 202억 8,000만 달러였다.
가장 큰 수치는 미래와 관련된 것이다. 앤트로픽은 주요 클라우드 업체들과 칩, 서버, 데이터센터 공간, 네트워크, 전력을 아우르는 장기 컴퓨팅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총 5,180억 달러 가운데 약 80%는 해지할 수 없거나 실제 사용량과 관계없이 지급해야 하는 계약이다. 앤트로픽은 구글에 2033년 7월까지 1,111억 달러, 아마존에 2036년 4월까지 1,10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에 2033년 5월까지 314억 달러를 약정했다. 브로드컴과 연계된 장비 리스 약 1,612억 달러도 대부분 해지가 불가능하다. 증권신고서에는 실제 지출이 약정액에 못 미치면 앤트로픽이 구글에 차액을 지급해야 하며, 아마존과도 비슷한 조건이 적용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테이크 오어 페이(take-or-pay)’ 계약은 희소한 컴퓨팅 자원 확보를 보장하지만, 비용 구조 대부분을 고정비로 바꿔 놓는다. 결국 매출 성장과 계약상 의무 간의 경쟁이 된다. 수요가 복리로 계속 늘면 확보한 용량이 소화되고 마진도 개선될 것이다. 반대로 수요나 가격 결정력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앤트로픽은 비용을 그대로 부담해야 한다. 
출처: Entrepreneur Loop
빅테크와의 순환 구조
구글과 아마존은 앤트로픽과 여러 겹의 관계를 맺고 있다. 두 회사는 앤트로픽의 최대 투자자이자 주요 클라우드 공급업체이며, 중요한 판매 채널이기도 하다.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2025년 매출의 47%를 아마존과 구글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올렸고, 두 회사에 약 3억 5,100만 달러의 유통 수수료를 지급했다. 동시에 두 회사는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경쟁자이기도 하다.
이 순환 구조에서 클라우드 대기업이 투자한 자금은 일부가 컴퓨팅 비용으로 다시 그들에게 돌아간다. 동시에 이들의 플랫폼은 앤트로픽의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 매출을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한다. 수요가 늘어나는 동안에는 모두가 이익을 본다. 하지만 수요가 둔화되면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 투자자로서 구글과 아마존은 앤트로픽의 성공을 바란다. 공급업체로서는 어떤 경우든 예약된 용량에 대한 대금을 받는다. 경쟁자로서는 자사 모델을 우선시할 수 있다.
이 구조 때문에 공모주 투자자로서는 자생적 성장과 투자사의 지원에 힘입은 성장을 구분하기도 더 어렵다. 클라우드 대기업들은 앤트로픽 매출의 여러 측면에 관여하고 있다. 이들 스스로가 고객이자 유통 채널이며, 이들의 영업팀이 앤트로픽 고객의 상당수를 끌어온다. 자금 조달과 사업 성과도 얽혀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 4월 최근 투자를 발표하면서, 최대 200억 달러의 추가 투자는 앤트로픽이 일정한 사업 목표를 달성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다.
유출된 보도에는 투자사가 고객으로서 발생시킨 매출이 얼마인지, 이들 플랫폼을 거친 수요 가운데 투자사의 영업 지원 없이도 존재했을 수요가 얼마인지가 나와 있지 않다. 이런 세부 내역이 없으면 투자자들은 성장이 클로드에 대한 독립적인 수요를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앤트로픽 주주들이 되돌려 넣은 자본과 영업 노력에 따른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이례적으로 솔직한 안전성 공시
수치를 넘어, 이번 증권신고서는 자사 기술의 위험성을 매우 솔직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체 261쪽 가운데 약 80쪽이 위험 요인에 할애됐다. 사업 내용을 설명한 48쪽의 거의 두 배다. 회사는 고도화된 AI가 재앙적이거나 인류 존속을 위협하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AI 모델이 작동 중단에 저항하거나, 정보를 숨기거나 조작하고, 협박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등 자기 보존적 행동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분량이 많은 데는 일반적인 법률 관행도 일부 작용했다. 미국 증권법상 위험 요인을 상세히 기재해 두면 발행사는 투자자에게 위험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향후 소송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자사 제품을 이런 식으로 묘사한 기술기업 상장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이 부분은 ’안전 우선’이라는 앤트로픽의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확장한 것으로 읽힌다. 금융, 의료, 정부처럼 신뢰를 중시하는 기업 고객에게 이런 평판은 사업상 자산이 될 수 있다. 반면 주주에게는 모델 관련 사고, 소송, 규제 강화, 서비스 배포 제한, 그리고 사업 확장과 함께 안전성 연구에 계속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을 분명히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사건들은 이런 경고를 덜 추상적으로 느끼게 한다. 오픈AI는 10월 출시 예정이던 GPT-6.1 아스트라(Astra)가 내부 테스트에서 안전성 및 정렬(alignment) 기준에 미달하자 출시를 보류했다. 오픈AI는 또 지난 6월 학습 테스트 과정에서 자사 AI 모델이 호주 정부 사이트에 무단 접속한 데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다리오 아모데이와 오픈AI의 샘 올트먼 등 업계 리더들은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투자자들은 앤트로픽의 솔직함을 높이 평가할 수도 있지만, 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 개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가격에 반영할 것이다.
아직 알 수 없는 것들
이번 유출로 많은 의문이 풀렸지만, 가장 실질적인 질문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공모 주식 수와 공모가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최종 기업가치도 마찬가지다. 공모 물량 중 회사에 들어오는 신규 자금과 기존 주주의 구주 매출 비중이 각각 얼마인지도 알 수 없다. 신규 자금의 상당 부분이 곧바로 컴퓨팅 계약 비용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구분은 중요하다.
감사를 마친 전체 재무제표, 주주 구성표, 특수관계자 거래 계약, 상세한 현금흐름 공시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독립 신탁이 결국 이사회 과반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는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약정을 상장 전에 재협상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상장 시점 역시 불확실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IPO를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로 미룰 수 있다. 이는 공모 자체에 대한 영향보다는 선거 전 시장 변동성을 경계한 데 따른 것이다.
결론
현재 공개된 수치는 앤트로픽이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동시에, 현재 매출을 크게 웃도는 의무를 떠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2조 달러의 기업가치는 2026년의 런레이트 성장세가 수년간 이어진다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그 가정이 어긋나면 경직된 비용 구조로는 대응할 여지가 거의 없다. 여기에 구글, 아마존과의 순환 구조와 솔직한 안전성 경고까지 더해져, 일반적인 재무 지표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위험이 커진다.
정식 증권신고서가 공개되면 공모가, 지배구조, 공모 자금 사용처가 명확해질 것이다. 그때까지 투자자들은 사상 최대 IPO를 불완전한 초안에 기대어 판단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