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美 ADR 260조원 몰렸다…37조 ’역대급 IPO’ 눈앞
크로스보더 캐피털(CrossBorder Capital)의 창립자인 마이클 하월(Michael Howell)은 글로벌 유동성 분석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월이 개발한 글로벌 유동성 지수(GLI·Global Liquidity Index)는 1965년 이후 글로벌 유동성 환경을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해온 65개월 주기의 사인파(sine-wave) 사이클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 아래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65개월 사이클(녹색)은 2022년 10월 저점을 기록한 뒤 2025년 8월 정점에 도달했으며, 이는 GLI(파란색)가 제시한 흐름과 정확히 일치했다. 또한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국가금융여건지수(NFCI·주황색) 역시 이 사이클과 GLI의 움직임을 대체로 함께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유동성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하월은 이를 신용 공급자가 자금을 빌려줄 수 있는 능력과 의지로 규정한다. 그의 GLI는 중앙은행의 지급준비금 공급, 미국 재무부 일반계정(TGA) 잔액, 국경 간 자본 이동, 환매조건부채권(Repo) 시장 여건, 담보자산 공급, 달러 강세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특히 전체 신용시장 거래의 약 75%는 신규 차입이 아니라 기존 부채를 차환(롤오버)하는 거래로 추정된다. 따라서 만기가 도래한 부채를 얼마나 쉽고 낮은 비용으로 재조달할 수 있는지는 글로벌 유동성 환경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현재 65개월 유동성 사이클은 2027년을 향해 하락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하월은 2027년 글로벌 부채 차환 규모가 약 4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4조 달러 증가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막대한 차환 수요가 발생하는 시점에 글로벌 유동성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어, 자금 조달 수요와 금융여건 긴축이 맞물리는 불균형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월의 분석에 따르면 유동성 사이클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원자재를 비롯해 금, 장기 국채, 현금, 경기방어주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두는 경향이 있다. 반면 암호화폐와 소형주, 신흥국 주식, 프라이빗 크레디트 및 사모펀드(Private Equity) 등 투기적 성격이 강하거나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자산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상반기 반도체 랠리의 반전
올해 상반기 반도체와 컴퓨터 하드웨어 관련 종목들은 이례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6월 말까지 주가가 260% 이상 급등했고, 샌디스크(NASDAQ)는 850% 넘게 치솟았다. 반도체 업종을 대표하는 ETF인 SOXX 역시 2026년 상반기에만 75%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그러나 이러한 강세 흐름은 최근 들어 뚜렷하게 되돌려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투자심리가 꺾였다고 분석한다.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가 연간 AI 반도체 시장 전망을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이미 관련 종목들은 미래 성장 기대를 과도하게 선반영한 상태였고, 밸류에이션 역시 지나치게 높아져 있었다. 이처럼 주가가 과열된 상황에서는 작은 악재 하나만으로도 상승 논리가 흔들리며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와 설계 분야의 막대한 수익성과 높은 이익률은 결국 새로운 경쟁자를 끌어들이기 마련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이러한 경쟁 심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AI 반도체를 둘러싼 기존의 낙관론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현재 반도체 랠리의 되돌림은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우선 급격한 주가 상승 이후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고, 기업들의 실적 가이던스가 더 이상 시장 기대를 뛰어넘지 못하면서 현실적인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시장에서는 성장주에서 가치주, 그리고 일부 초대형 빅테크(하이퍼스케일러)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도 나타나고 있다.
KKM 파이낸셜의 제프 킬버그는 "3분기에도 ’대(大)순환매(Great Rotation)’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기술주에서 차익실현한 자금이 다우지수의 전통적인 우량 가치주로 유입되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번 조정은 반도체 산업의 펀더멘털이 무너졌기 때문이 아니다. 2026년 시점에서 이미 2028~2029년의 실적까지 선반영하며 ’완벽한 미래’를 가격에 반영했던 종목들이 현실적인 밸류에이션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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