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자산 전망] 인하 기대 사라지자 채권 랠리도 꺾였다…하반기엔 ’스티프닝 공포’
금은 언제나 투자자들의 기대를 시험해왔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며, 법정화폐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등 시장의 헤드라인이 금에 가장 우호적으로 보이는 순간에도 금값은 때때로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곤 한다.
많은 투자자에게 이런 움직임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당신과 나 같은 역발상 투자자(Contrarian Investor)에게 이러한 순간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아래 차트를 살펴보자. 지난 5년간 금 가격의 일간 데이터를 기준으로 측정한 60일 가격 변동률 오실레이터를 보면, 금은 현재 깊은 과매도 구간에 진입해 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하단 구간의 신호는 대규모 매도와 부정적인 투자 심리가 극대화된 시점을 의미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구간은 투자자들이 금 시장을 다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시점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표준편차 기준으로 보면 현재 금값의 하락은 매도 압력이 너무 빠르고 과도하게 진행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수준에서는 의미 있는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인플레이션과 전쟁 위험에도 금값이 하락하는 이유
그렇다면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이 왜 1월 말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 대비 약 25% 하락했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그 이유는 금의 장기적인 펀더멘털 악화보다 단기적인 시장 포지셔닝 변화와 금리 전망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값을 압박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연준(Fed)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될 경우, 금리를 더 오랜 기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하며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면, 이자 수익을 지급하지 않는 금보다 채권 등 금리 자산의 매력이 높아진다. 이는 금의 장기적인 투자 논리가 여전히 유효하더라도 단기적으로 금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요인은 유동성이다. 시장 불안이 커지는 시기에는 투자자들이 팔고 싶은 자산이 아니라 팔 수 있는 자산을 매도하는 경우가 있다. 증거금 요구에 대응하거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거나, 유가 급등 시 에너지주처럼 단기적으로 더 강력한 방어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자산으로 이동하기 위해 금을 현금화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단기적인 매도세가 반드시 금 투자 논리가 무너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필자의 관점에서 이는 변동성이 높은 시장 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재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금의 장기 투자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필자는 금의 장기적인 투자 매력이 여전히 견고하다고 보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전 세계 부채 수준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 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워싱턴 정치권에서도 정부 지출을 의미 있게 억제하려는 의지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둘째,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금을 중요한 외환보유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중앙은행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은 전월 상당 규모의 금을 순매도한 이후 4월 들어 다시 순매수로 전환했다.

셋째,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중요한 위험 요인이다.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둔화되더라도, 비용 상승을 유발하는 구조적인 요인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공급망은 여전히 취약한 상태이며, 에너지 시장 역시 지정학적 충격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역발상 투자 기회
진정한 역발상 투자 기회는 시장 심리가 부정적이지만, 펀더멘털은 훼손되지 않았을 때 나타난다. 현재 금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표준편차 차트는 기술적 신호를 제공한다. 금은 과거 흐름과 비교했을 때 60일 기준으로 과매도 구간에 진입해 있다. 이는 최근 하락세가 지나치게 확대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거시경제 환경은 금의 펀더멘털을 지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재정적자, 지정학적 위험, 그리고 중앙은행 등 기관 투자자들의 금 매입 수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넓은 관점의 실물자산 이야기
물론 주목해야 할 실물자산은 금만이 아니다.
원자재 전반에서 공급 제약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루미늄이다. 미국 중서부 프리미엄(Midwest Premium)은 미국 내 알루미늄 최종 구매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지역적인 공급 부족과 실물 물량 확보 비용 상승을 반영한다.
알루미늄 현물 가격은 현재 톤당 약 3,5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높은 중서부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미국 구매자들이 실제 부담하는 가격은 톤당 6,000달러를 넘어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는 미국 제조업체들에게 자동차, 항공기, 방위산업 시스템, 사회기반시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닥터 코퍼(Doctor Copper)’로 불리는 구리는 여전히 세계 경제의 핵심 원자재다. 구리는 전기화, 전력망 확충, 데이터센터, 방위산업, 산업 성장에 필수적인 금속이다. 에너지 전환의 일부 영역에서 성장 속도가 둔화되더라도, 세계는 여전히 더 많은 전력과 송전 용량, 그리고 핵심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역시 최근 구리와 알루미늄을 포함한 여러 금속 및 광산 부문의 단기 가격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구리의 경우 2026년 가격 전망치를 톤당 1만1,500달러에서 1만2,500달러로 높였으며, 알루미늄은 톤당 2,900달러에서 3,400달러로 상향했다.
이는 시장이 보내고 있는 신호와도 일치한다. 공급 증가가 제한적인 가운데 신규 광산 개발 인허가는 여전히 까다롭고, 재고는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정학적 위험까지 더해지면서 원자재 시장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점
금 투자 관점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핵심 변수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실질금리다. 시장이 연준(Fed)이 금리 인상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판단하기 시작하면, 금 가격은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CME의 FedWatch 도구에 따르면 6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은 거의 100%에 달한다. 다만 연말 기준으로 보면, 금리가 0.25~0.50%포인트 인상될 확률은 41%까지 높아진 상태다.
두 번째는 금 ETF 자금 흐름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금 현물 기반 ETF에서는 순자산의 약 2%에 해당하는 자금이 유출됐다. 그러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날 경우 자금 흐름은 다시 반전될 수 있다.
세 번째는 금광주다. 금광 기업 주식은 종종 금 현물 가격의 방향 전환을 선행하거나 이를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금광주가 상대적으로 강한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다면, 이는 금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결국 현재 금은 과매도 상태에 놓여 있는 반면, 실물자산에 대한 장기 투자 논리는 여전히 견고하다. 역발상 투자자라면 이러한 조합을 주목할 만하다. 필자는 오랫동안 투자 포트폴리오의 약 10%를 금 및 금 관련 자산에 배분하는 전략을 지지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실물 금 또는 금 가격에 연동된 자산에 5%, 우량 금광주에 5%를 투자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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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는 데이터 집합 내 개별 값들이 평균(평균값)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분포하는지를 나타내는 통계 지표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도시 소비자가 일정한 소비재·서비스 묶음(시장 바스켓)을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의 평균적인 변화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측정하는 경제 지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