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 비질란테(Bond Vigilantes) 트레이드’의 두 축인 미국 달러의 약세와 S&P 500의 하락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하지만 진정한 거시경제적 의미에서의 본드 비질란테 트레이드는 세 번째 핵심 축, 즉 장기 국채 금리의 급등이 함께해야 완성된다는 사실은 종종 간과된다.
본드 비질란테 트레이드의 핵심 개념은 다음과 같다.
채권 시장 투자자들은 정책입안자들에게 재정 건전성과 일관된 정책을 요구한다. 그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장기 채권을 매도하여 시장에 위험 프리미엄을 주입한다.
이 위험 프리미엄은 통화 약세와 주식시장 약세에도 반영된다. 즉, 국가 전반에 대한 리스크가 상승하면서 교차자산 투자자들 역시 해당 국가의 자산 보유에 대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채 금리 상승, 통화 약세, 주가 하락이 맞물리며 전반적인 금융 여건이 긴축된다. 이는 결국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악순환의 둠 루프(doom-loop)가 시작된다.
이러한 상황은 정책 입안자들이 본드 비질란테의 요구에 응해 재정 긴축, 금리 인상, 또는 친시장적 정책을 시행해야만 해소될 수 있으며, 그제야 시장은 다시 정상적인 흐름을 되찾을 수 있다.
현재 수면 아래에서, 본드 비질란테들이 다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의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 이 상승하고 있다.
기간 프리미엄이란,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의 변동성이 커지는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장기채권을 보유하는 데 요구하는 보상 수준을 의미한다. 즉,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장기채에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국채(T-Bill)를 사고 이를 계속 굴리는 방식으로 듀레이션 변동성 회피 전략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거시경제 변동성이 크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10년물이나 30년물과 같은 장기채권에 투자하기 위해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된다.
최근 10년물 기간 프리미엄은 0%에서 0.65%로 상승했으며, 이는 장기 평균인 **1.50%**보다는 아직 낮지만, 본드 비질란테들이 깨어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일 수 있다.
한편, 채권시장의 장기물 부문에서는 ‘배관(plumbing)’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인기 있는 레버리지 거래 방식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스왑 스프레드 거래와 베이시스 트레이드이다.
두 전략 모두 현물 국채를 매수(Long) 하고, 이에 상응하는 상품을 매도(Short) 하는 구조를 취한다.
-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국채 선물을 공매도 대상으로 사용
- 스왑 스프레드 거래는 이자율 스왑을 공매도 대상으로 사용
이러한 전략들은 모두 레버리지를 많이 사용하는 구조다. 왜냐하면 현물 국채 매수 자금을 레포 시장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1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할 경우, 헤지펀드는 자기 자본의 약 2~5%만 사용해도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여기서 잠시 스왑 스프레드 거래에 집중해보자.
레포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한,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30년물 미국 국채를 매수하고, 30년 만기 고정 금리 이자율 스왑을 매도(고정 지급) 함으로써, 연 90bp 이상의 수익(스왑 스프레드) 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에 대해 이토록 높은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규제와 미국 국채 시장 내 수급 불균형 심화에 있다.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조성자들이 위험 자산을 보유하고 감당하는 능력이 약화되었다. 결과, 그들은 대규모 국채 발행 물량을 자기 대차대조표에 받아들일 여력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은행들의 재무부(Treasury) 부서가 많은 국채를 보유하는 것에 대해 규제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보조 레버리지 비율(SLR, Supplementary Leverage Ratio) 같은 규제는 미국 국채(UST)를 제외하지 않고 계산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은행들이 많은 국채를 들고 있는 것이 부담이 된다.
이처럼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도한 상황에서는, 미국 국채의 한계 매수자(Marginal Buyer) 역할을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헤지펀드가 떠맡게 된다.
이들은 베이시스 트레이드나 스왑 스프레드 거래에 참여하며, 그 대가로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취약한 시스템은 정상처럼 보이다가도 한 순간 무너질 수 있다.
레버리지를 사용한 헤지펀드들이 마진콜을 당하게 되면, 강제로 거래를 청산해야 하고 이로 인해 채권시장 전반에 더 큰 혼란을 유발하게 된다.
데이터를 보면, 미국에서는 ‘거시경제적 요인에 기반한 장기적인 본드 비질란테’ 현상이 실제로 일어난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만약 그러한 사태를 직접 만들어낸다고 하면, 아래와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 국제 사회를 상대로 예측 불가능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것 → (체크 ✅)
- 무역 정책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과 성장의 변동성을 유발할 것 → (체크 ✅)
- 기초 재정수지 적자가 여전히 심각한 상태에서 이를 감행할 것 → (체크 ✅)
- 연준 의장이 퇴임을 앞두고 있고,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도전이 진행 중일 것 → (체크 ✅)
- 채권시장 ’배관’이 흔들리고 있을 것 → (체크 ✅)
지금만큼 거시 투자자에게 ‘열린 사고’와 ‘창의적인 시각’이 필요한 시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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