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C+ 감산 되돌림 3개월 연장, 그리고 더욱 점진적인 되돌림 약속
OPEC+는 시장 예상대로 2차 추가 감산분 220만bpd 되돌림(증산)을 3개월간 연기. 애초에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18.3만bpd씩 증산하기로 했으나 이를 내년 4월부터 2026년 9월까지 매월 13.8만bpd씩 증산하기로 변경. 시장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증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임. 기존 OPEC+의 공식 감산 합의분인 200만bpd와 자발적 1차 추가 감산분 166만bpd는 기존 2025년 말에서 2026년 말로 늦추는데 합의.
▶ 연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UAE 설득 성공한 사우디
이번 회의 결과는 OPEC+가 원유 시장의 수요 둔화세를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 앞서 3대 기관들이 수요 전망에서 하나같이 지적했듯, 중국발 수요 감소 우려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데다 비OPEC+국가들의 증산에 대한 우려가 OPEC 내에서도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됨. UAE는 내년 약속받은 30만bpd 증산을 진행할 예정. OPEC+ 회의를 앞두고 사우디 왕세자가 3년만에 처음으로 UAE를 공식 방문한 이유도 내년 1월부터 예정됐던 UAE의 30만bpd 생산 목표치 상향을 일시적으로가 아닌 점진적으로 그리고 OPEC+ 추가 감산 되돌림 스케줄에 맞춰 18개월간 점진적으로 하는 것을 설득했을 가능성 높아. 유독 UAE만 이런 특별한 행보가 가능한 이유는 다른 OPEC+ 국가들은 원유 수출 의존도가 80%에 달하지만 UAE는 20%에 불과하고 그럼에도 원유 생산은 OPEC내 3위, 원유 생산 여유 캐파는 2위에 달하기 때문.
▶ 감산 되돌림 여부가 왜 중요한가
코로나 이후 급감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OPEC+는 970만bpd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감산을 단행. 비 OPEC+국가들의 생산 감소와 더불어 전세계 원유 공급량의 15%인 1,500만bpd 가량을 줄임. 이는 전세계 공급 과잉으로 치솟은 원유 재고를 빠르게 감소시키고 유가가 $20에서 빠르게 오르는데 지대한 역할을 함. 이후 OPEC+는 지속적으로 감산 되돌림을 진행해왔으나 당시에는 코로나로 인한 인력 부족과 유동성 공급에 따른 수요 증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인해 유가가 상승 모멘텀에 편승했었기 때문에 뚜렷한 유가 하락 압력 없이 점진적인 감산 되돌리기가 가능했음. 하지만 현재는 감산 되돌리기(증산)를 하기에 좋지않은 환경임.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진데다 비OPEC+의 증산분이 이미 내년도 수요 증가분을 대부분 상쇄시킬것으로 예상되고, 이미 시장은 OPEC+의 감산 연장에 익숙해져 감산 자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내성이 생김. 유가 훼손없이 감산을 풀기 위해서는 수요 기대가 강하게 뒷받침돼거나 비OPEC+국가들의 생산이 타격을 입어야 가능한 상황인데 두가지 모두 가능성이 낮음.
▶ 향후 OPEC+의 행방은?
OPEC+는 한동안 시장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음. 뼈를 깎는 노력으로 감산을 진행 중이지만 수요 자체가 낮고 유가 상승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감산 의지는 약해져 갈 수 밖에 없음. UAE은 금년에 20만bpd에 이어 내년에도 30만bpd 생산 목표 상향을 약속 받고, 이라크,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은 생산 목표를 잘 지키지 않는데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감산 면제국은 증산을 지속하고 있음. OPEC 맹주국인 사우디 조차도 향후 원유 수요에 대한 믿음이 없어 급하게 비전 2030이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에 뛰어들고 있는 모습도 OPEC내 불안을 더욱 키우는 요인임. OPEC의 영향력이 컸던 70년대에는 원유 공급의 70~80%를 차지했었으나 현재는 30%에도 못미치는데다 과거 주요 수입국이던 미국이 이제는 라이벌 국가가 되어버린지 오래임. 이미 OPEC+의 감산에 취해버린 시장에서 OPEC+는 당분간 감산 되돌림 연장과 감산 연장으로 연명해 나갈 전망. 하지만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은채 내년에도 OPEC+가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