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러시아 리스크와 유가
WTI(3월)는 한주간 지정학적 리스크 반영하며 3.1% 상승했다. 지난주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도시에 대대적인 공격을 단행했다. 라파가 지정학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이집트와 국경을 맞닿고 있어 국제사회의 구호 물품을 보급하는 주요 통로이기도 하지만 가자지구 최남단에 위치한 최대 규모의 난민촌(인구 50%인 140만명 거주 추정)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적극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공격을 감행한데다 라파 지역내 하마스 완전 섬멸을 목표로 민간인들의 강제 이주를 종용하고 있어 시장의 우려도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에 대한 우려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집트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사막 지역에 여의도 7배에 달하는 피난촌(10만명 수용 가능)을 건설하고 있으며 더 늘릴 예정이다. 미국 원유 재고 급증이 유가 조정의 빌미를 주기는 했지만 계절적 유지보수 시즌 도래와 서부 지역 홍수피해로 인한 단기 수요 감소, 예년보다 더딘 미국내 석유 제품 수요로 영향은 다소 제한되었다. 물가 지표 서프라이즈와 시장 예상보다 더딘 1월 OPEC 감산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했으나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대규모 보복 공습과 우크라이나의 적극적인 러시아 에너지 인프라 공격 등이 유가 상승세를 유지시켰다.
주말사이 러시아 관련 리스크가 부각되었다. 지난 14일 미 하원 정보위원장이 국가 안보 위협에 심각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한 이후 이틀 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새로운 대(對)인공위성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대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무기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개발 중인 무기는 핵 EMP로 추정된다고 알려졌는데 무기 사용시 전자기 에너지 파동으로 위성들을 방해하거나 고장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러시아내 대(對)인공위성 공격 무기에 대한 첩보가 크게 늘고 있어 미국은 외교 채널을 통해 인도와 중국에게 러시아가 더 이상의 선을 넘지 말 것을 설득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파괴력이나 실체화되지 않은 사안이라 미국 정부의 정치적 행보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한편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알려진 야권 운동가 나발니가 옥중에서 사망했다. 서유럽 전역의 러시아 대사관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발생했으며 나발니 시신에 대한 소재가 불분명해 암살설에 무게가 더 실리는 모양새다. 또한 러시아내 32개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400명 이상이 체포되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상황이다. 러시아군은 주요 격전지인 도네츠크주 아우디이우카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군인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는데, 이번 러시아의 아우디이우카주 점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이 공화당의 반대로 몇 달째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포탄과 장거리 공격 무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으며, 미 백악관은 이번 러시아군의 점령에 대한 책임론을 의회(공화당)탓으로 돌리고 있다. 유가는 당분간 지정학적 리스크 분위기 반영해 상승 탄력을 유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