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수출가 인하 소식에 유가는 4%대 강한 조정을 받았다. 사우디는 2월물 인도분부터 아시아와 미국 등지에 수출되는 원유 가격(OSP-Official Selling Price)을 $2 낮췄다. Light유 기준으로 아시아로 수출되는 물량은 1월 가격 대비 $2.00 하향된 Oman/Dubai +$1.50 premium을,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도 $2.00 조정된 ASCI(Argus Sour Crude Index-미국내 수입 원유 벤치마크 가격) +$5.15가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대부분 수출 물량 중 70%는 아시아로 향하기 때문에 유럽(8%), 미국(7%)보다는 아시아 수입 가격에 좀더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일 미국내 원유 시장이 크게 충격을 받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번 수출가격 인하가 13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인하인데다, 이번 인하로 아시아로 향하는 사우디산 원유 수출가가 2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한 점과 11월 OPEC+ 회의에서의 불협화음과 앙골라(120만bpd)의 OPEC 탈퇴 이후 단합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나온 사우디의 이번 발표는 향후 OPEC+ 국가들이 더욱더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연말까지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왔다가 지정학적 리스크로 연초 반등한 뒤 $70 부근에서 힘겹게 추세적 반등을 노리는 타이밍이었던 터라 시장의 실망이 더욱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에 OPEC의 감산 의지는 수요가 낮아지면서 유가가 하방 압력에 더욱 민감할 때 크게 흔들리는데, 맹주국인 사우디가 수출 비중 확보에 적극적인 모습은 다른 OPEC 국가들에게도 감산의 명분과 실익에 대한 또다른 질문을 던지는 셈이다.
전일 천연가스 가격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유가 급락으로 장초반 천연가스도 큰 폭으로 조정받았으나 이후 날씨 예보에서 1월 날씨가 기존 예상과 예년보다 더 추워질 것이라는 전망에 난방 수요 기대를 높이며 상승 마감으로 전환했다. 미국 일부 지역내 한파 주의보를 비롯해 북서부와 동부 지역의 눈 예보와 더불어, 남부 지역의 강풍 등이 향후 난방 관련 수요를 자극함과 동시에 공급 차질 가능성까지 언급되며 미국내 현물가 전반의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았다. 15일 수요가 1,692억cf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과 현재까지 LNG 수출 물량이 평균 148억cf/d로 12월 기록한 월평균 최대 수출인 147억cf/d를 상회하고 있다는 보도 또한 천연가스 상승에 힘을 보탰다. 이와 더불어, Polar Vortex(극소용돌이)가 Jet Stream 속도 둔화로 미국 중부 지역에 일부 도달했고 한동안 머무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파를 동반한 강추위가 예상되는 등 수요 전반에 대한 기대도 꾸준하게 커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망도 대부분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여전히 5년 평균 대비 12% 가량 높은 미국 천연가스 재고와 단기 예보 변화 가능성 등도 함께 감안해 접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