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유가는 OPEC+ 회의 결과에 실망해 하락 마감했다. 기존 감산량과 비교했을 때 이번에 ‘추가’로 결정된 감산량은 총 90만bpd이며 내년 1분기로 국한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100만bpd에 다소 못미치는 수준으로 이마저도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 시장에 미치는 감산 영향이 더욱 미미해 시장이 반응한 듯하다.
이 90만bpd의 추가 감산량 중에서 이라크가 22.3만, 러시아가 20만bpd, UAE가 16.3만, 쿠웨이트가 13.5만, 카자흐스탄이 8.2만, 알제리 5.1만, 오만 4.2만이 자발적으로 추가 감산하는데 합의했다.
시장이 실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제일 중요한 원인은 내년부터 실제 감산 효과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90만bpd의 추가 감산을 자세히 살펴보자. 이라크는 현재 쿠르드자치족과 터키와의 분쟁으로 이미 생산량이 30만bpd 이상 감소했다. 러시아가 약속한 20만bpd는 생산량이 아닌 수출량 감축이며 이마저도 원유가 아닌 석유 제품이다. UAE는 내년부터 약속받은 20만bpd 생산 목표 상향을 포기 하지 않았다. 고로 실제는 ‘감산’도 아니다. 쿠웨이트는 이미 수개월전부터 약속한 수준 목표를 하회해 생산 중이다. 카자흐스탄은 고질적으로 전력 관련 이슈로 생산량이 이미 줄어들었다. 알제리와 오만 또한 합의한 규모 이상으로 생산량이 감소한지 오래다. 사실상 이 90만bpd의 추가 감산 중에 실제 시장의 공급에 영향을 줄만한 ‘자발적 추가 감산’ 규모는 없다.
- 사우디의 추가적인 감산 결정이 부재했다.
- ‘자발적’ 감산이기 때문에 지키지 않아도 강제할 수 없다.
- 이마저도 다음번 회의(6월 예정)이전인 1분기까지만의 합의다.
한차례 연기된 회의가 이미 시장의 기대를 낮추기는 했지만 일부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추가 감산에 동참한 점은 그나마 강한 하락을 제한했다. 다만 사우디의 추가적인 노력이 부재했고 자발적인 개별 감산 약속에 불과한데다 뚜렷한 추가 감산 효과 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브라질을 새로운 회원국으로 초빙했지만 브라질은 실제 감산에 참여하지는 않은 채 내년 가입 가능성만 내비쳤다.
다음번 OPEC 회의는 6월 1일 예정되어 있으나 유가가 하방 압력에 추가적으로 노출될 경우 두 달 만에 한번 열리는 JMMC 회의에서 추가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때의 감산 관련 합의는 지금보다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 OPEC 국가들은 각자 도생을 길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며 최대한 자국에 이익이 되는 액션들을 취하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