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유가는 수요 둔화와 공급 증가 우려로 4%대 하락세를 보이며 $70를 하회했다. 지난 주말 작년부터 유가 상승을 주장했던 골드만삭스가 또다시 금년 평균 유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브렌트유 $95에서 $86, WTI $89에서 $81)해 6개월간 세차례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커리 수석연구원은 유가전망 하향 조정의 명백한 증거없이 이렇게 오랫동안 잘못 예측한 적이 없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미국의 주요 제재국들의 생산량이 꾸준하게 증가했고 러시아의 생산량이 서방국들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주요 근거를 내세웠다.
다만, 앞서 언급한 이유들은 최근 이슈가 아니라 작년부터 지속되어 왔던 이슈들인 만큼 수개월만에 10%의 전망을 하향 조정을 할만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이번 보고서는 OPEC+ 회의 이후 사우디의 100만bpd 추가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점이 시장의 투심을 악화시켰다. 아직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내 수요 불안을 자극하고 있고, 중국발 리오프닝 기대도 예상밖으로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사우디의 거창한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6개월만에 열린 OPEC+ 회의에서 추가 감산 합의를 이루지 못한 점과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 타결 기대가 부각된 점도 유가에 강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한편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사우디가 중국과의 실익 외교에 초점을 두며 실익을 챙기고 있는 점도 함께 부각되었다. 아랍국가들은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 중국 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중국과 약 $100억 규모의 투자에 합의했다. 이번 협정의 대부분은 사우디와 중국간의 프로젝트로 천연자원, 관광, 재생에너지, 부동산 등이다.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최근 서방이 사우디의 친중 외교를 경계한다는 주장에 대해 서방의 경계심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며 기업가는 기회가 오는 곳으로 당연히 가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사우디에게 있어서 미국은 확실히 과거와 같은 동맹국은 아닌듯하다. ①과거와 같이 안보를 굳건히 지켜주던 미군 병력을 중동 지역에서 상당부분 철수했고, ②7년만의 이란과 국교 정상화로 인해 앙숙인 이란과 종교 이념에 대한 갈등이나 대리전으로 인한 피로도도 낮아졌고, ③미국이 더 이상 사우디 원유를 필요로하지 않고 오히려 수출 경쟁국으로 위협 중이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1위 원유 수입국인 중국과 실익 측면에서의 유대관계 강화가 이득이라고 생각될 수 밖에 없다.
한편 현재 재정파탄으로 중국으로부터 긴급 지원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이 러시아로부터 원유 수입을 위안화로 결제한 물량 4.5만톤이 도착했다. 러시아와 파키스탄은 위안화로 결제하는 원유 공급 장기계약도 함께 추진하는 중으로,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중국의 페트로 위안화 전략이 달러화를 위협하는 또다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