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 주가에 과연 악재일까? 일상 속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보다

입력: 2021- 11- 16- 오전 11:08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은 거의 30년 만에 최고치의 이른 미국 CPI 상승률을 보게 하였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풀린 돈은 결국 원자재, 중간재, 소비재, 서비스 및 자산 시장을 상승시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커지면 높은 가격으로 인해 소비가 따라가지 못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준다거나 긴축 우려를 키우기에 악재로 해석되곤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일상 속 물가 상황을 접하다 몇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 CPI 전년 대비 상승률 30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비의 1990년 이후 추이, 자료 참조 : FRED

1990년대, 벌써 사반세기가 넘는 30년이라는 긴 시간입니다.
1990년 가을에 미국의 CPI 지수 전년 비가 6% 중반까지 올라간 이후 91년부터는 안정세를 그리고 2010년대까지 차분한 내림세를 그려왔습니다. 중간중간 한 번씩 소비자물가지수가 튀기는 하였습니다만, 추세적인 상승까지는 아니었고 1990년 가을 고점까지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심지어 2010년대에는 “제발~PLZ 물가 상승 부탁한다”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하였을 정도로 초 저물가 시대가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 이후 풀린 유동성으로 인해 급하게 치솟던 물가는 결국 2021년 10월 미국 CPI 지수 전년 비를 6.2% 선까지 이르게 하면서 30년 내 최대치를 기록하게 하였습니다.
“라떼는 말이야. 물가가 자고 깨면 올라”라던 아재들의 이야기가 2021년 또다시 전 세계적인 현실이 된 것이지요.

▶ 현실 속 물가 상황 : 비싸져도 이용하고 사용하더라

이러한 물가 급등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물가 급등 불안 때문에 긴축이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 물가 급등으로 인한 소비 위축 우려가 증시 부담으로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그런데 실제 생활 속 물가를 접하다 보면, 물가 급등에 따른 우려에 비하여 소비가 그렇게 위축되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심지어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려버리면서 최종 소비자에게 가격 전가하는 예도 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필자는 작은 저녁 식사 모임을 했습니다. 모임이 있을 식당 인터넷 메뉴판에 나와 있는 가격으로 예상하고 모임을 준비하였지요. 그런데 막상 모임 당일 식당은 가격을 올리더군요. 식사 모임은 예정대로 진행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격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이제 모임들이 늘어나니 식당들도 가격을 올리는구나!” 마음 속으로 현실 속 경제 상황이 그려지더군요.

이뿐만 아닙니다. 집에 DIY로 고쳐야 할 것이 있어 부품을 인터넷으로 최저가 검색을 해 보니 2~3년 전 구매가격보다 20% 정도는 올랐더군요.

물가 상승에 따른 최종 소비자에게 가격이 전가되는 상황들이 큰 거부감 없이 최근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로서는 불편한 현실이긴 합니다. 하지만 투자자 관점에서 보자면, 가격 인상 과정에서의 저항이 적다는 것은 매출액(가격 × 수량)에서 수량에 큰 변동 없이 가격을 올림으로써 매출액이 커지는 효과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 물가 상승, 큰 소비 위축이 없다면 호재 : 업종별로 차이는 고려해야.

“가격 인상” 키워드로 뉴스를 검색하여보면 명품에서부터 일반 소비재 및 서비스 모든 영역에서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이 가격 인상을 통해, 재빨리 원재료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익 극대화 또는 손실 축소를 하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매출액이라는 외형 펀더멘털을 키우고 결국 이익률을 높이면서 기업가치를 높여 주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한국 증시에서도 제품 가격 인상 소식이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산발적으로 튀는 현상들이 여기저기에서 관찰되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최근 필자가 모임을 가진 그 식당이 상장 주식회사였다면 주가가 제법 크게 뛰었을 것입니다.

이는 가격 인상을 감수하더라도 보복성 소비 등으로 소비가 받쳐주기 때문이지요.
밤에 여의도, 강남, 홍대, 신촌 등의 번화가를 걸어 다니기만 하셔도 이를 실감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아마도 대부분 업종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이런 현상이 만들어질 듯합니다.

다만, 정작 물가가 올라갈 때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는 업종이나 종목군들은 반대로 주가는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각국 정부에 의해 가격 통제를 받는 업종 또는 민심과 연관이 있는 소비재나 서비스의 경우는 가격 인상하려 하면 정치권의 압박이 가해질 수 있지요. 이러한 업종들은 물가 상승에 따른 수혜를 받기 어렵다 보니 주가가 지지부진할 수 있겠습니다.
(※ 네 맞습니다. 여러분들의 뇌리를 스치는 찌릿한 느낌의 그 회사와 같은 업종들)

반대로 가격 전가가 너무 쉬운 것을 넘어 오히려 과도하게 가격을 인상해도 소비자들이 불만 없이 이용하는 서비스나 재화 또는 콘텐츠들이 있다면 해당 기업이나 업종은 이번 인플레이션에 혜택을 가장 크게 받을 것입니다. 어떤 종목군들이 있을까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찾으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생활 속에서 ”이건 너무 가격 올린 거 아닌가?”라는 느낌이 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바로 그 기업일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시대, 우리가 두려워하기보다는 이런 아이디어들 속에서 투자의 힌트를 찾아볼 수 있겠습니다. 물가 상승이 생각보다 매우 가파른 요즘, 가격 전개가 쉬운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것 어쩌면 인플레이션 헤지 방법이 될 수도 있겠군요?

2021년 11월 16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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